현대자동차의 올 노사협상이 금속노조에 단단히 발목이 잡혔다.
국내 자동차 4사와의 산별교섭을 관철시키려는 금속노조가 각 사별 지부교섭조차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 되고 있다. 단체교섭과 파업 등의 권한이 산별 금속노조에 집중돼 있는 이상 이미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해 10년 만의 무분규 노사협상 타결에 이어 내심 올해는 실질적인 ‘노사 화합’의 원년을 기대했던 노사 모두에게 산별노조라는 ‘덫’ 이 뒷덜미를 물고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올해를 실질적인 산별교섭의 원년으로 삼고 사용자 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산별교섭으로 자동차 4사의 근로자들에게 고른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주장하는 협상 의제를 살펴보면 노사 간 교섭이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금속노조는 임금 13만4,690원 인상 이외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파업으로 인한 손배 가압류 금지 ▦노조의 경영참가 ▦원도급 기업(현대차)의 사용자성 인정 등을 주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사용자 측 입장에서는 파업을 감수하더라도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금속노조는 왜 이토록 무리한 의제를 요구하는 것일까. 사용자 측에서는 이를 정치세력화한 금속노조의 ‘명분 쌓기’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는 최근 민주노총의 ‘하계투쟁’ 일정에 맞춰 다음달 말 총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자동차 4사와의 중앙교섭이 끝내 불발되면 오는 7월 말부터 전면 파업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파업은 사용자 측과의 교섭결렬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 판단하기엔 다분히 무리가 따른다. 산별 금속노조의 위상 강화를 위해 노사 모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금 ‘주간연속 2교대제’, 공장 간 물량조정 등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현대자동차가 발전적 노사관계 속에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하자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현대차 노사가 매일 같이 머리를 맞대더라도 이 같은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적어도 서너 차례의 파업 사태를 겪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제에 산별노조에서 탈퇴하자는 현대차 일반 노조원들의 목소리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금속노조는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