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악화 속도 너무 빠르다" 판단
■ 日금리인하 배경은글로벌 금융공조 명분도 한 몫…직접적 유동성 공급의사도 밝혀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일본이 두어달 만에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금융권과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 새로운 자금 공급책을 강화한 것은 일본 경제의 악화 속도가 그만큼 빨라지고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6일 사실상의 제로금리 정책을 단행하면서 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87엔대까지 급등, 엔고(高) 현상이 가속화되자 이로 인한 경기위축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선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에다 16일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에 이어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치금리를 인하해 글로벌 금융정책 공조라는 명분이 커졌다는 점도 가세했다.
당초 일부 일본 언론들은 지난 10월의 금리인하 효과를 판별해야 하는 한편 추가적인 금리인하로 효율적인 대응수단이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을 우려해 일본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에 회의를 표했다. 하지만 일본은행 정책위원 8명 중 7인이 이번 금리인하에 찬성표를 던질 만큼 일본은행의 '신중론'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양상이다. 10월 금리인하 당시에는 정책위원의 찬반이 동수를 이뤄 일본은행 총재가 금리인하를 결정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은 통상 금리 1% 이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실상의 '제로(0)금리'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어 0.2%포인트의 미세 조정이 경기 방어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일본은행이 함께 내놓은 국채 및 기업어음(CP) 매입 확대 등 시중 자금 융통책은 금융권과 비금융권 유동성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 게 특징이다. 이는 정책의 축을 금리조절에서 현금 공급의 양으로 옮긴다는 미국의 양적 완화 방식을 사실상 추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면 국채를 보유한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확충되고 실세 금리 인하가 촉발돼 장기금리 상승 압력에 취약한 기업들이 보다 쉽게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여기에 기업들의 가장 보편적인 단기자금 조달 창구인 CP 매입 규모를 대폭 늘리게 되면 비금융권의 유동성이 보다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2001년 3월부터 2006년 3월까지 5년 동안 시중은행이 보유한 당좌예금 잔액을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양적 완화 정책을 폈으며 목표잔액 조절을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의 국채를 매입했다. 당시 당좌예금 잔액은 2001년 3월 3조엔 규모에서 2004년 30조~35조엔으로 확대됐다.
이밖에 이날 일본 정부는 은행 등의 주식매입 한도를 20조엔(2,253억달러)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가한 총 43조엔(4,843억달러)에 달하는 생활보호를 위한 긴급 대책도 내놓는 등 경기부양을 위한 전방위 대책을 쏟아냈다.
한편 주요국들이 잇달아 초저금리 정책을 선택하고 양적 완화 조치를 취함에 따라 여타 국가에서도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 조치를 후속적으로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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