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의 자살과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성토가 높아지면서 한국 사회의 빈곤 문제가 재조명 받고 있다. 한번 빈곤의 늪에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사회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빈곤에 대한 좀 더 입체적인 분석도 요구되고 있다. 특히 빚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신용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16.5%다. 100명 중 16명이 빈곤하다는 의미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연령층은 48.4%, 즉 절반 가까이가 빈곤에 허덕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다.
학력별로는 초등학교 졸업 이하(26%)와 대학교 졸업 이상(6.6%)의 격차가 벌어졌으며 성별로는 여성(18.4%)이 남성(14.7%)보다 더 가난하다.
빈곤에서의 탈출이 어려워진 것은 불안정한 일자리 탓이 크다. 상용근로자의 경우 빈곤율은 4.4%에 불과하지만 임시·일용근로자는 24.1%, 즉 평균(16.5%)보다 턱없이 빈곤율이 높았다. 자영업자의 빈곤율은 13.1%였다. 일자리의 질과 빈곤 문제가 직결됨을 알 수 있다.
한번 빈곤에 빠지면 벗어나지 못하는 비율도 높다. 지난 2011~2012년 2년간 빈곤을 지속한 비율은 11%였다. 10명 중 1명은 2년 연속 빈곤한 상태가 이어졌다는 뜻이다. 2년 중 1년간 빈곤을 경험한 비율은 10.4%, 1년 빈곤했다가 다음해 빈곤에서 탈출한 비율은 5%로 집계됐다.
빈곤층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것은 소득 5분위별 가구소득 평균 통계다. 2012년 전체 가구소득 평균은 4,475만원. 하지만 1분위(저소득 20%)를 가구 유형별로 구분해보니 조손 가구 926만원, 노인 가구 677만원, 다문화 가구 962만원, 장애인 가구가 813만원 등으로 턱없이 적었다.
2012년 가구 평균소득이 1,000만원에 못 미치는 가구는 12.9%였다. 1,000만원 미만 가구주를 성별로 보니 남자는 7.1%에 불과했지만 여자는 34%나 됐다. 여성, 60세 이상(36.5%), 초졸 이하(48.9%), 무직 등 기타(49.8%) 등 성별과 나이·학력·직업에 따른 빈부격차가 뚜렷했다.
1분위에 속하는 게층의 소비지출은 758만원. 전체 평균(2,307만원)의 3분의1에 불과했다. 한부모 가구(1,944만원), 조손 가구(1,359만원), 다문화 가구(1,971만원), 장애인 가구(1,706만원) 등도 평균보다 낮았지만 노인 가구(868만원)의 경우 그 격차가 더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빈곤 진입과 탈출, 여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계 빚 문제는 저소득층의 가계살림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1997~2001년 도산한 중소기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사람은 11만3,830명, 13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1998년 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대출자 중 신용을 회복한 사람은 48.2%에 불과하다. 또 2003년 카드사태로 채무불이행자가 된 대출자 가운데 신용회복에 성공한 비율은 42.6%에 그친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금융채무 연체자 총 350만명 중 172만명이 자체적으로 빚을 갚거나 국민행복기금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용해 채무에서 벗어났지만 114만명은 기초생활수급자·고령 등의 이유로 상환능력이 부족해 채무조정만으로 빚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