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기업은 물론 회계법인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난 효성에 대해 거액의 과징금 부과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제재를 내리기로 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효성의 외부감사인을 맡았던 삼일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에도 해당 기업 감사업무 제한이나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동양 계열사와 대우건설·STX조선해양 등 대기업들과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들도 줄줄이 제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분식회계 기업도 문제지만 회계법인들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외부감사인으로 제 역할은커녕 분식회계를 방조해온 사례가 부지기수다. 청해진해운의 경우 외부 감사를 맡은 회계사가 무려 13년간이나 바뀌지 않은 채 회사와 공모해 분식회계를 일삼았다고 한다. 악덕 기업과 회계법인의 추악한 커넥션이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까지 잉태한 셈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의 회계감사인을 강제로 정해주는 '감사인지정제도' 확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외부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을 고르는 현행 자유수임제 아래서는 아무래도 회계법인이 약자의 위치에 서게 돼 기업의 분식회계를 견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역시 투명회계를 위해 최선의 자정노력을 쏟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은 2002년 사베인스-옥슬리법을 제정해 회계부정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엔론 사태에서 보듯 회계감사를 맡았던 아서앤더슨은 아예 간판을 내리기도 했다. 분식회계와 부실 회계감사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