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때문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북한에서 순조로운 권력 승계가 이뤄지면"이라는 '단서'를 깔면서 한국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역으로 말하면 북한의 권력 승계 구도가 우리의 신용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토머스 바이언 무디스 부사장은 "김 위원장 사망으로 한국의 경제나 금융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변화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북한 정권의 붕괴나 전쟁 발발이 중대한 리스크 요소이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그럴 가능성은 나중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정부와 기관들의 경제ㆍ금융 펀더멘털에 기초해 평가할 것"이라며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것은 두 나라 간의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도 e메일 성명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불확실성을 높이기는 하겠지만 한국의 신용등급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에서 순조로운 권력 승계가 이뤄지면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건이 일시적이라면 그로 인한 영향은 없다. 우리가 현재 기대하는 핵심은 북한의 순조로운 권력 승계"라고 말했다. 다만 "권력승계가 순조롭지 않아 안보상황이나 북한 정권의 붕괴가 초래될 때는 한국 신용등급에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평소 한국의 대북 리스크를 무디스나 피치 등에 비해 심각하게 평가해왔다.
정부는 이와 관련, 김 위원장 사망이라는 변수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으로 곧장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향후 불안증대의 요인이 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신 및 신용평가사들의 반응을 분석해보면 이들은 이번 사건이 국가 신인도에 당장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북한 내 후계승계의 불확실성 등으로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약하고 통치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