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CIO출신의 최고경영자(CEO)다. 통상 CIO는 최고투자책임자(Chief Investment Officer) 또는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를 일컫는 약자다. 둘 다 예전의 굴뚝산업에서는 없었던 직책이지만 금융서비스 산업이 주도권을 갖게 되면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후자인 최고정보책임자 출신이다.
필자와 같은 CIO 출신이 CEO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상당히 수긍할 만한 함수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보화된 기업운영 체계가 필수적인 경쟁요소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IT산업내에서 뿐만 아니라 금융서비스 산업에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국내외 여러 금융회사에서 많은 CEO들과 함께 일해 왔는데 보험회사의 경우 시대에 따라 CEO의 주요 역량 경력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체적으로 관찰되는 흐름은 70년대에는 주로 계리전문인(actuary), 80년대에는 인수(underwriting), 90년대에는 마케팅(marketing), 2000년대에는 영업(sales) 경력을 가진 CEO들로 바뀌었고 본격적으로 21세기 정보화시대가 개막되면서 정보(information) 전문가도 재무회계 전문가와 함께 CEO 자리에 들어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런 흐름을 더욱 가능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는 기업 내ㆍ외부의 모든 업무가 전산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회사의 모든 기능이 집합ㆍ융합된 효율성을 창출해야 하는 IT를 이용해야 기업 전체의 움직임과 비즈니스 내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업의 본질을 큰 그림에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CIO는 과거 업무 자동화 개념의 전산만을 주로 담당했던 직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직책이다. 정보시스템의 전략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화의 요인과 갈등을 조정하고 회사 전체의 정보지휘자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명수행자(Mission Enabler)가 되는 것이 CIO와 CIO를 꿈꾸는 사람들 모두가 추구해야 할 비전이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성공적인 CIO 직책 수행은 전략적인 사고와 리더십을 갖추면서 장차 CEO가 되기 위한 가장 유리한 캐리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