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환점에서 선 개인 투자자들은 늘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미래는 불확실한데 경기 상승에 과감히 배팅하기는 좀 부담스럽다. 반대로 미적대고 기회를 놓친다면 '왜 그랬을까"라며 뒤늦게 후회하게 된다. 바닥에 거의 다가섰거나 이미 회복기에 들어간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 경제. 그러나 향후 진로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가 제 각각이다. 대체로 완만한 U자형 회복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한 편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경기회복 형태와 별개로 미국 경제는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번째는 경기부양과 통화팽창 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고, 유휴 수요 감소와 물가 하락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리스크 역시 아직까지 걷히지 않은 암운이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적어도 1년 이내에 현실화하지 않는, 다소 장기적 리스크인데 비해 디플레이션은 상황에 따라 1년 내 가시화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물가 변동은 자산 불리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경기회복 여부 못지않게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다. 어느 경우든 한쪽으로 쏠림투자는 큰 낭패 가능성
유동자산 15~30%는 반대방향에'보험' 들어놔야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논쟁은 지난 봄까지 한창 제기되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서 한 동안 가라앉았으나 지난 7월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 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2.1%를 기록, 지난 1950년 1월 이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7월중 전월대비 0.9% 하락하면서 지난 1년 동안 6.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집계 이후 60년 만에 최대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2일 제로 금리를 '상당기간'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미 국채 매입을 10월로 중단하기로 한 것도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당장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모두 방어하려는 '양다리 걸치기'로 해석되고 있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든 디플레이션이든 어떤 한쪽 방향에 배팅을 하더라도 부동산을 제외한 유동자산을 적어도 15~30%가량은 반대 방향에 '보험'을 들 것을 충고하고 있다. 찰스 슈왑의 리치 로소 투자자문가는 "성공 투자를 원한다면 두 가지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모두 대비해야 한다"며 "한쪽으로 쏠림 투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인플레이션에 배팅한다면= 인플레이션 파이터(매파)들은 경기부양과 통화팽창정책의 후유증으로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최근의 ▦국제유가의 상승 ▦달러 가치의 하락 ▦미 국채 금리의 상승 등이 다가올 인플레이션의 전조라며 늦기 전에 출구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가 상승기에는 상품투자가 최선의 길이다. 개미 투자자들이 원자재 직접 투자는 어렵기 때문에 상품관련 지수펀드(ETF)를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달러가치 하락이 예상되므로 달러의 헤지 수단인 금 역시 추천할 만하고 물가연동 국채(TIPS)도 유망투자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 현금(은행예금ㆍ머니마켓펀드)은 가급적 단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대형 은행에 보다는 지방저축은행이 금리를 더 쳐준다. 물가가 크게 오른다면 주식 투자는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의 수익률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주식 비중은 20%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과 반대되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도 운영자산의 15%는 반대 방향에 보험을 들어야 한다. 국채와 지방채가 일종의 보험성 투자처다. ◇디플레이션에 투자한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제품가격 인하->기업수익악화->생산감소->실업증가->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디플레이션은 일단 발생하면 치유가 어려워 장기 불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물가가 내리고 실업률이 오르는 디플레이션 시기의 포토폴리오는 단순하다. 불황에는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가 최상이다. 현금이 왕이지만 그냥 쥐고있다면 돈을 불릴 수는 없는 노릇. 안전 자산인 장기국채 투자가 제격이다. 안정적으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물가가 내리면 내릴수록 국채 가격은 오른다. 회사채와 주식은 가급적 피하되 최우량 등급의 회사채는 제한적으로 투자한다. 경기가 자신의 예상과 달리 물가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상품지수펀드와 주식, 물가연동국채 등 인플레이션형 투자상품에 30%를 보험조로 들어두는 게 좋다. 석유회사와 광산개발회사 등 원자재관련 주식 투자도 보험성 투자 상품이다. ◇골디락스라면= 물가가 크게 오르지도, 크게 내리지도 않는 골디락스(goldilocks)를 예상한다면 주식과 채권 등 위험 자산 투자가 최상이다. 골디락스는 소비자 물가가 1.5~2.5%에서 움직이고,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3%를 약간 넘는 상태를 의미한다. 채권 및 채권지수펀드, 미국 주식과 이머징마켓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70%까지 높인다. 다만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르거나 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 장기 국채와 상품지수펀드, 현금을 각각 10%씩 보험조로 들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