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4,000억弗 보유외환 활용 기업사냥 적극 독려<br>최근 수년간 해외투자 매년 60% 급증 1조弗 육박<br>세계최대 사모펀드 인수·자국 IT기업 나스닥 상장도<br>위안화 급격절상땐 인민銀 달러자산 매각, 파장클듯
국제자본시장에서 중국과 중동 자본이 새로운 금융 파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온 미국과 유럽 자본이 중국과 중동의 국부펀드를 견제하는 입장에 처했다. 하지만 브릭스(BRICs)를 대표하며 글로벌 성장을 주도해온 중국과 배럴당 80달러를 넘는 고유가의 득을 보는 중동 산유국의 부상은 국제금융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 한국도 새로운 질서에 부응해 오일머니와 차이나머니를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28일 보유외환을 관리하는 '국가외환투자공사'를 공식 출범하고 러우지웨이(樓繼偉) 국무원 비서장(전 재정부 부부장)과 가오시칭(
高西慶) 전국 사회보장기금이사회 부이사장을 각각 이사장과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할 예정이다. 이밖에 장홍리(張弘力) 재정부 부부장, 셰핑(謝平) 중국인민은행 금융안정국 국장, 후주류(胡祖六) 홍콩 골드만삭스 이사 등을 이사진으로 구성했다.
중국의 첫 국부펀드인 외환투자공사의 출범은 차이나머니의 대공습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중국 정부는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해외기업 사냥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의 해외투자는 매년 60% 이상의 급증세를 유지하면서 속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외직접투자액은 211억6,000만달러에 달했고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는 해마다 60%가량의 증가세를 보이며 누적액이 1조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안에 중국의 누적 해외투자액은 1조달러를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지난 2006년 말 현재 5,000여개 중국기업이 172개 국가에 직접투자기업 1만여개를 설립했으며 대외직접투자 누적액은 906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운용 목표는 '첨단기업 인수→선진국 직행'이다. 따라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정보기술(IT)기업과 금융회사들이 주요 먹잇감이다. 여기에다 석유ㆍ철광석 등 전략물자들이 차이나머니의 핵심 투자대상이다.
중국은 6월 30억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보유외환의 막강한 위력을 보여줬다. 중국은 이에 앞서 중국개발은행이 ABN암로 인수전에 참여 중인 바클레이즈의 지분 3.1%를 22억유로에 사들였고 건설은행은 지난해 8월 아메리카은행 아시아지점 주식을 97억달러에 100% 매수해 전세계 금융계를 긴장시켰다. 또한 공상은행은 지난해 12월30일 인도네시아 할림은행 지분 90%를 인수했고 중국은행은 같은달 15일 싱가포르 항공기 리스회사 지분 전량을 9억6,500만달러에 매입했다.
중국의 '선진국 직행' 전략은 첨단기술 업체 인수 노력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레노보가 IBM PC 사업 부문을 17억5,000만달러에 사들이면서 단숨에 세계 3대 PC 제조업체로 급부상한 것이다. 중국은 바이두를 비롯한 자국 IT업체들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는가 하면 세계 최대 하드디스크 제조업체인 시게이트 등 첨단기술을 갖춘 글로벌 IT업체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또 보유외환을 활용해 에너지 및 자원을 개발하고 에너지 관련 외국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국무원은 올해 초 쿠웨이트ㆍ카타르ㆍ노르웨이 등 32개국에 대한 투자 및 관련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중국판 테마섹'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우려한다. 중국 외환투자공사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인 테마섹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외국기업의 지분 및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강경투자행태를 보일 경우 글로벌 금융 및 원자재 시장에 미칠 파장은 적지않을 전망이다.
허판(何帆)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조리는 최근 차이나데일리 기고문에서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상되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말은 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보유외환이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를 들었다 놓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것을 은연중에 흘린 것이다.
미국에서는 차이나머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공포의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대량 매각하게 되면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미국 경제가 심각한 불황에 빠지게 된다는 것.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아메리칸 달러'가 독주하던 시대는 가고 '차이나머니'가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로 옮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