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만 해도 뛰어난 경제성과 정숙성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LPG 차량이 요즘 가파른 사양길을 걷고 있다.
한때 일반 승용차와 판매 경쟁을 벌이던 호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영화'를 뒤로 한 채 전 자동차업계를 통틀어 단 두 차종만 남고 LPG 차량이 단종된 상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말까지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판매된 LPG 차량은카렌스Ⅱ(기아차) 7천120대, 레조 3천821대(GM대우) 등 모두 1만941대(월평균 1천216대)에 불과하다.
이는 LPG 차량이 피크에 올랐던 지난 2000년의 25만9천508대(월평균2만1천626대)와 비교해 5.6% 규모로 축소된 것이다.
2000년 당시에는 기아차의 카렌스, 카스타, 카니발 3종, 현대차의 갤로퍼, 싼타페, 싼타모, 트라제XG 4종, 대우차(현재 GM대우차)의 레조 등 모두 8종의 LPG 차량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됐다.
LPG 차량 판매대수도 기아차 11만4천427대, 현대차 7만8천315대, GM대우차 6만6천766대로 모두 26만대에 육박했다.
기아차의 경우 2000년 LPG 차량 판매대수가 일반 승용차(12만3천155대)의 93%에달했고, 대우차에서도 일반 승용차(22만6천105대)의 29.5% 규모였다.
그러나 그 이듬해인 2001년부터 LPG 차의 추락이 시작된다.
LPG 부문이 가장 강했던 기아차의 경우 2001년 7만7천54대(전년대비 32.7%↓),2002년 4만4천672대(42%↓), 2003년 2만5천497대(42.9%↓)로 해마다 거의 반토막이났고 올해는 1만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2002년 상반기 카스타에 이어 작년 1월 카니발 LPG 모델을 각각 단종했다.
LPG 차량으로 레조만 팔아온 GM대우의 경우 2000년 6만6천766대에서 2001년 3만5천611대로 46.7% 감소했다가 2002년에는 4만1천938대로 17.8% 반등하는듯 했으나 2003년에 1만8천614대로 다시 55.6%나 급감, 올해에는 5천대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는 2001년 갤로퍼와 싼타모, 2002년 싼타페 등 3개 LPG 모델 생산을 각각중단했고 지난해 트라제XG마저 단종해 현재는 택시나 장애인용 외에 LPG 차량을 만들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간 LPG 차량이 이처럼 급격히 퇴조한 것은 싼타페, 쏘렌토, 투싼 등디젤 SUV(스포츠유틸러티차량)가 급부상하면서 가스 주입 불편, 약한 출력 등 LPG차의 단점에 실망한 고객들이 급속히 이탈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점으로 지목됐던 LPG 차량의 저렴한 연료비도 정부의 에너지요금체계 개편 방침으로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재도 기아차의 LPG 카렌스(수동기준 연비 11.2㎞/ℓ)와 카렌스의 디젤 모델격인 엑스트렉(〃14.6㎞/ℓ) 두 차량을 놓고 100㎞ 주행 비용(경유 961원/ℓ, LPG 720원/ℓ 기준)을 비교하면, 카렌스가 6천408원으로 엑스트렉(6천630원)보다 불과 3.5%저렴해 거의 차이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유지비를 앞세워 LPG 차가 한 때 RV 주력 모델로 크게유행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특별히 내세울만한 장점이 거의 없어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