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사태로 투자 풍속도가 안전 제일주의로 변하고 있다. 증권사 창구직원은 상품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영업 실적보다는 혹시나 불거질 줄 모르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문제점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 증권사 여의도지점 직원은 "항목 하나하나까지 빠짐없이 읽느라 평소 20분 남짓하던 고객 응대 시간이 최근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며 "특히 안정형 투자자에게는 원금 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채권형 펀드 등 극히 위험도가 낮은 상품만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창구직원은 "예전 이맘때면 연말 인센티브를 생각하며 가급적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 위주로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요즘은 직원들은 물론 회사 차원에서도 영업 드라이브를 걸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당장의 수입은 줄어들더라도 두 발 뻗고 맘 편히 자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투자상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모(30세)씨는 "기업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마당에 동양처럼 또 무너지는 기업이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주식은 물론 ELS에 대해 투자하려는 마음도 싹 접고 정기 적금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동양 사태와 무관치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1조5,35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2,05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면에는 그동안 손실에 맘고생을 했던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려는 것 아니겠냐"며 "동양 사태로 위험 기피 현상이 커진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펀드는 안전합니다'라는 얘기도 통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