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한국의 영국 런던도서전 주빈국 선정에 맞춰 방한한 영국 출판사 편집장단은 28일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제 제반 여건들은 갖춰졌으니 잘 준비된 한 방이 영국 출판시장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푸시킨프레스의 대니얼 시턴 편집장은 "번역의 문제보다는 영국 내 번역도서 시장이 워낙 작아 미국에서 성공한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며 "한 작가가 대성공을 거두면 다른 한국작가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출판계에서 번역물의 비중은 전체 시장의 3% 정도, 문학도서의 비중은 4.5% 수준이다.
현지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콘텐츠로는 범죄물을 꼽았다. 폴 엥글스 맥클리호스프레스 편집장은 "아주 성공한 경우 600만부까지도 팔리고 어느 정도만 성공해도 10만~200만부가 팔리는 장르가 범죄물"이라며 "라르손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요즈음 영국 출판계에서는 이탈리아ㆍ프랑스 작가를 대안으로 꼽지만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번역서의 질이나 발행종수의 빈약함은 이 자리에서도 얘기됐다. 코티나 버틀러 영국문화원 본부 문학국장은 "한국어는 상대적으로 영국에서 희귀한 언어로 제대로 된 번역가가 거의 없다"며 "번역의 질 이전에 번역건수 자체가 없다"고 꼬집었다. 맨틀출판사의 마리아 레즈트 대표도 "편집자 입장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번역은 오히려 (영국 출판시장의) 진입 장벽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