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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하던 여자 조정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역사적인 금메달 행진을 벌였다. '여걸'들의 맹활약으로 한국 조정은 아시안게임 역대 최고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25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 경량급 싱글스컬 경기에 나선 지유진(26·화천군청)은 8분1초0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 싱글스컬 결선에서 8분46초5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김예지(20·포항시청)에 이은 한국 여자 조정 사상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 싱글스컬은 2㎞를 달리는 경주로, 지유진은 첫 500m 구간부터 가장 빠른 1분54초12만에 1위로 치고 나가 독주 끝에 2위와의 격차를 5초60으로 벌리며 여유롭게 금메달을 확정했다. 2위는 전날에도 김예지에게 가로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리카만(홍콩).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던 지유진은 이날 금메달로 한국 조정 사상 3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한국 조정은 2006년 도하 대회 남자 싱글스컬에서 신은철이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기록했다.
여자 첫 금메달리스트 김예지가 이번이 아시안게임 첫 출전인 신예라면 지유진은 한국 조정을 대표하는 여자 선수다.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추천으로 조정을 처음 접한 지유진은 14년째 조정 선수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대학 신입생이던 2007년 충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4초78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초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은메달을 획득, 세계 무대에서도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해 충주 세계선수권에서 하위권 순위 결정전으로 밀려나는 아픔을 겪기도 한 지유진은 올해 아시아컵 3위로 재기에 성공한 뒤 마침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특히 조정 선수로는 치명적인 허리 디스크를 극복하고 일군 결과라 더욱 뜻깊다. 2012년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지유진은 오히려 더 강한 훈련으로 고통을 억지로 이겨내 왔다.
25일로 이번 대회 조정 경기가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은 전체 14개 종목 중 10개 종목 결선에 진출해 금 2, 은메달 5개를 땄다. 2006년 도하 때의 금 1, 은 2, 동메달 1개를 넘어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날 남자 싱글스컬의 김동용(24·진주시청)이 은메달을 추가했고 여자 쿼드러플스컬의 김슬기(25·수원시청), 마세롬(25·부산항만공사), 전서영(25·송파구청), 김아름(28·부산항만공사)도 은메달 대열에 합류했다. 윤용호 조정 대표팀 감독은 "지옥 같은 훈련을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며 "강원도 화천 조정경기장에서 3개월간 숙식을 해결하며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또 "국내에서 열린 대회다 보니 관중석의 응원이 열광적이었다. 조정은 정말 힘든 스포츠인데 그런 응원이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개인이 출전하는 싱글스컬 두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있다. '조정의 꽃'이라 불리는 9인승 에이트 종목에서 결선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정 인프라가 열악하고 선수층이 한정적이다 보니 배에 오를 선수를 채우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윤 감독은 "아직 에이트까지는 경기력이 못 미친다. 신체 조건과 운동 신경이 좋은 선수들을 주로 싱글스컬에 내보내고 있는데 일단 그런 선수들이 늘어나야 한다"며 "이번에 은메달을 딴 선수들이 더 성장해서 장차 한국 조정에 새로운 성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