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 지속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사태는11일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으로 일단락됐지만 노사와 국민경제에 막대한 피해를안겨줬다.
특히 대한항공은 물론 국가 신인도의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파업과정에서 증폭된 일반 직원과 조종사 노조원들의 갈등이 남아 있어 `파업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 막대한 경제적 피해 = 이번 파업으로 8일부터 사흘간 대한항공 항공편(화물기 포함) 1천174편 중 61.6%에 이르는 723편이 결항됐다.
회사측은 여객 9만8천여명, 화물 7천130t의 수송 차질로 501여억원의 직접적인매출손실이 생겼다고 밝혔다.
수출업계와 여행업계 등 간접 피해까지 합치면 경제적 피해는 1천894억원에 달할 전망된다.
수출업계의 경우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연말에 화물기 결항에 따른 휴대전화ㆍ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첨단제품의 수출차질 등으로 1천321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추산됐다.
관광업계도 겨울방학을 맞아 어학연수ㆍ해외여행을 나가려던 승객들의 발이 묶이는 바람에 72억여원 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항공수송 분담률(2004년 기준)이 국내여객 65%ㆍ국제여객 41%ㆍ수출입 화물운송48%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의 이번 파업에 따른 항공기 운항차질이 70%에 달해 경제적손실은 아시아나항공의 5∼6배에 달한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감안하면 경제적 손실 규모는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어렵게 확보한 해외 화물거래선의 이탈과 국제 환적화물량의 감소도 점쳐진다.
◇ 심각한 후유증 예고 = 파업은 일단 봉합됐지만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노(勞)ㆍ노(勞) 갈등'과 운항차질 등 만만찮은 후유증을 남겼다.
우선 대한항공 직원 1만6천100여명 가운데 10%도 못 미치는 조종사 1천340명이파업을 벌임으로써 다른 직원들이 여론의 비난은 물론이고 일거리 감소 등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일반 직원들은 파업으로 경영손실이 발생해 회사가 내년 초 지급을 약속했던 성과급마저 못 받게 되는 불이익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대한항공 노조(일반노조)가 9일 성명까지 내면서 조종사파업을 비난하는 성명을발표한 것은 `노ㆍ노갈등'을 예고케 하는 대목이다.
일반노조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의 파업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노동조합의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2006년도 경영성과급은 우리 1만여 조합원의 열망이었다"면서 노조의 일방적인 총파업을 비난했다.
사내 게시판에는 `조종사들이 동료와 국민을 볼모로 제 밥그릇만 챙기기 위해투쟁하고 있다'는 동료 직원들의 항의 글이 쏟아졌다.
게시판 글은 평균 연봉이 1억2천만원대인 조종사들이 회사상황이나 사회적 통념에 반해 임금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했으며,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에 문제를 유발한다는 내용이 주류였다.
회사측은 조종사들이 복귀하면 일반 직원과 화합을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할계획이지만 파업 사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터라 당분간 `노ㆍ노갈등'이 치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파업으로 항공기 감축운항이 2∼3일간 불가피해 국민 불편과 경제적 손실은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으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이 사내 직원간 불신감"이라며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문제지만 직원간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가 후유증 해소의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