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내 이견이 노정되고 있다. 정부의 대북지원 확대에 동조하자니 정체성 훼손 문제가 걸리고, 안 하자니 향후 통일 논의 과정에서 지분 문제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대북지원 확대 방침을 정하고 세부 방식을 적극 검토하자는 쪽과 그 전에 대북정책과 관련된 확실한 당론을 정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21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다음달 1일 대북전문가정책간담회를 시작으로 대북송전ㆍ백두산 관광ㆍ대북식량지원 등 3개 분야로 나눠서 시리즈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면서 “토론회를 통해 대북지원사업이 효율적ㆍ실질적으로 이뤄질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맹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언급이 있자 곧바로 국회 국방위 소속인 송영선 여성위원장이 “이 부분에 대해 약간 따가운 말씀을 드리고 싶다”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송 위원장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가이드라인이 국민에게 혼선을 주기 때문에 토론회에서 단계적으로 (입장을) 정하고 나가자”면서 “송전문제ㆍ백두산 관광사업ㆍ식량지원을 논하기 전에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장은 또 “미국 프리덤하우스가 주최하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한나라당이 적극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강조, 맹 정책위의장과 다른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맹 정책위의장이 “당의 대북정책은 확고하다. 대북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이의가 없다. 다만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꼼꼼히 살피자는 것”이라고 반박하자, 송 위원장은 “그게 아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다른 참석자들이 “그만 하라” “비공개회의에서 얘기하라”고 발언을 제지, 논쟁은 중단됐으나 전운은 계속 감돌았다.
앞서 지난 19일에도 최근 임명을 받은 뒤 처음 회의에 참석한 직업외교관 출신의 이재춘 국제위원장이 공개 회의석상에서 현대그룹과 북한 당국이 합의한 백두산ㆍ개성관광과 관련, “김정일에 현금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밝혔다가 당 지도부로부터 ‘신중한 발언’을 주문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