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公 모기지론 실적 "기대 이하"
은행권 자체개발 장기주택대출 주력따라… 판매누적액 8,000억 그쳐
서민의 주택구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 판매액이 2개월 동안 8,000억원에 그치는 등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판매 대행은행들이 자체 개발한 장기대출 판매에만 매달리면서 모기지론 판매액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주택금융공사의 역할이 크게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3월25일 출시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은 지난 19일까지 8,064억원의 누적 판매액(대출총액)를 기록했다. 모기지론 판매액은 지난달 말 5,000억원을 넘어선 후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3,937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을 뿐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1,000억원을 밑돌았다.
특히 기존 주택장기대출 시장의 80% 안팎을 점유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농협 등 대형 은행들이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판매에 소극적인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을 판매하면서 얻는 수수료가 0.65%인데 반해 자체 대출상품을 판매할 경우 20년간 수익이 보장된다"며 "모기지론이 특별히 유리한 점도 없어 굳이 고객들에게 권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자체 장기대출상품(10년 초과)은 5조원대가 팔렸고 외환은행 역시 자체 장기대출이 2조원대에 이르는 등 모기지론 판매대행 실적의 수십배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모기지론 판매 부진이 지속되자 주택금융공사가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출상품 구조를 바꾸고 판매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모기지론 대출금리를 지금보다 1%포인트 가량 낮춰야 경쟁력이 있다"며 "판매 대행기관에 대한 수수료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대행기관 지정 후 유사 상품을 못 팔도록 약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모기지론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당초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며 "1차 모기지론 판매가 이달 25일 끝나고 다음 달 2차 상품이 출시되면 안정적인 주택금융상품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 금융기관의 모기지론 판매 대행 실적 (단위:억원)
하나은행 3,937
우리은행 696
외환은행 552
농협 320
국민은행 841
제일은행 750
삼성생명 465
대한생명 288
기업은행 211
입력시간 : 2004-05-20 1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