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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실시된 프랑스 하원의원 선거(총선)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 총선에서 집권사회당을 포함한 범사회당 계열이 단독 과반의석을 확보하면서 올랑드 대통령이 유럽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독일 중심의 긴축주도 정책에 맞서 주장해온 '반긴축 및 성장주도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앙겔라 총리는 신재정협약 의회 비준을 위해 야권 지도자들과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는 29일 유럽안정화기구(ESM) 설립안 표결과 신재정협약 비준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날 프랑스 현지언론은 잠정개표 결과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이 전체 하원 577석 가운데 280석을 획득하고 같은 중도좌파 계열인 DVG당이 22석, 급진좌파당(PRG)이 12석을 각각 얻어 '사회당 블록'이 총 314석의 절대과반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전 집권당이었던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은 194석을 얻는 데 그치고 신중도당을 비롯한 중도파와 중도우파 정당들을 합쳐서 모두 229석을 확보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회당이 하원 과반의석 확보를 결정지으면서 유로존 위기 해결을 위한 올랑드의 성장주도 정책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고 보도했다.
취임 한달여 만에 올랑드 대통령은 행정부 및 상하원 입법부를 모두 장악해 국정운영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다진 만큼 독일 주도의 긴축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에서 성장주도의 연합전선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랑드 대통령은 16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는 28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총 1,200억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의 위기해법으로 제시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두고 메르켈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거래세 도입에는 독일 야권도 동조하고 있다.
FT는 "프랑스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로존 문제 해결에 프랑스식 해법을 강조할 경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프랑스에 적극 동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메르켈 총리는 진퇴양난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그가 이끄는 기민당은 최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그리스ㆍ스페인 등에 대한 구제금융과 관련해서도 국민들 사이에서는 '긴축 등 안전장치를 확실하게 하지 않은 채 독일 자금만 빠져나간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재정협약 비준을 두고 야권은 "유로존 성장정책을 지지하라"며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재정협약이 비준되려면 의회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정족수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야권의 협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의회 비준에서 신재정협약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유로존 내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