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9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6일째를 맞은 16일 피해지역에 매몰된 생존자들이 구출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특히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기적적으로 생환하면서 일본 전역에 희망을 주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지진해일(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로 대피 지시까지 내려진 가운데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무너져내린 주택에서 78세 시각장애인 여성이 지난 15일 구조된 것이 16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후쿠시마현 소마시 경찰은 15일 오후3시30분께 "동네 사람들이 모두 어딘가에 갔다. 물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출동해 집에 머물러 있는 독거노인을 발견, 구출해 피난처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이와테(岩手)현 오쓰치(大槌)에서도 떠내려간 집의 2층에 갇혀 있었던 75세의 여성이 15일 92시간 만에 구조됐다. 구조된 아베 사이씨는 11일 지진 발생 당시 "파도가 온다, 2층으로 올라가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2층으로 올라갔다가 쓰나미에 휩쓸려 집에 갇힌 채로 버텼다. 집안에 같이 있던 장남 히로미(54)씨는 가까스로 빠져 나왔지만 몸이 약하고 다리도 불편한 어머니를 혼자서 끌어낼 수 없다고 판단해 구조를 요청하면서 피난소에서 음식을 배급 받아 어머니에게 전달하며 며칠을 보냈다. 히로미씨는 끊임없이 구조를 요청했지만 통신이 두절된 마을에서 구조대에 연락할 방법이 없어 소방대원이 도착한 15일이 돼서야 어머니를 구출할 수 있었다. 체력이 떨어져 있었지만 어머니는 구조되자마자 "아버지는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히로미씨의 아버지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미야기(宮城)현 남쪽에 위치한 나토리(名取)시에서는 15일 오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이마에 상처가 난 백발 노인이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이 노인은 쓰나미에 휩쓸려 자동차 안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해일에 휩쓸린 뒤 사투 끝에 목숨을 건진 사연도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의 사사키(48)씨는 11일 오후 지진을 감지한 뒤 자동차를 몰아 피난소인 인근 중학교로 향했다. 약 200미터를 달렸을 때 쓰나미가 길 앞을 가로막았다. 마을의 건물 잔해들이 뒤엉키면서 바닷물 속으로 빠졌고 차량 안으로 물이 스며들었다. 탈출하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삶을 포기하는 순간 차량 뒷유리가 나무에 부딪히며 깨져 탈출한 뒤 파도에 휩쓸렸다. 사사키는 눈앞에 보이는 전선을 잡은 뒤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파도를 만났던 곳보다 30m 높은 곳에 있었다. 그는 "죽은 목숨을 다시 받은 만큼 열심히 살겠다"며 "앞으로는 다른 사람을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