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뜻이 있어도 전반적인 사회분위기를 의식해서 선뜻 정치가의 길로 들어서지 못할 정도로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냉소적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도둑과 매춘과 사기를 일삼는 무리들을 보는 눈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의식은 아이들에게까지 침투되어 대통령이 되겠다든가 국회의원이 되겠다든가 하는 포부를 펼쳤다간 아이들에게 손가락질 당하고마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이제는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은 직업으로 전락한 것이다.그런데도 참으로 모순된 것은 우리는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는다. 그리고 그들이 결정하는대로 따라가고 있다. 우리의 삶은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너무도 크게 좌우되고 있다. 우리의 삶이 이즈러지느냐, 밝게 펴지느냐는 그들의 생각과 행보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 것이다.
우리의 지도자가 독재자이건 독재자가 아니건 지도자와 우리는 매우 큰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냉소나 흘리고 손가락질이나 하고 있기엔, 그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기엔, 그들은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들의 직위가 갖는 비중이 그렇다는 말이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실망감이 거듭되다 보니 사람들의 의식이 그렇게 되었다고 이해할 순 있지만 그럴수록 좋은 지도자를 내세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날의 국정혼란엔 우리 국민의 책임도 있다. 냉소나 흘리면서 방관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이처럼 커다란 허점을 만들어놓고 만 것이다.
옛날과 달리 대중에 의해서 스타는 만들어지고 버려진다. 요즈음엔 스타 시스템 뿐만아니라 모든 분야에 대중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바람이 정치에도 불어야 한다.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고 바라는 바가 모든 국정에 결정적으로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풍토를 만들려면 지금과 같은 냉소적인 의식을 버려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니, 국회의원이니, 국무총리니, 장관이니 하는 직책이 권력을 행사하기 위한 자리와 개인적인 명예욕을 충족하는 자리가 아닌, 국민의 일을 대행하는 자리, 국민에 의해 임무를 명령받는 자리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이제 온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