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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는 물건을 나르는 운반수단이자 원하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사용하는 이동수단이다. 수레가 잘 굴러가기 위해서는 두 바퀴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한다. 두 바퀴 중 어느 하나라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수레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파생상품시장을 수레에 비유한다면 파생상품시장을 지탱하는 두 바퀴는 변동성과 유동성이다.
변동성은 시장가격이 변하는 정도를 말하며 가격 변동폭이 클수록 변동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유동성은 시장에 거래되는 거래량을 의미하며 거래량이 많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변동성이 증가하면 위험회피 수요가 커지고 동시에 수익에 대한 기회도 커져 유동성이 증가한다.
이런 파생상품시장의 유동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투기거래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투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본래 경제학에서 '투기거래'는 투자기법 중 하나로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해 수익을 얻는 행위다. 파생상품시장에서 투기거래는 헤지거래, 차익거래와 함께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파생상품시장에서의 투기거래는 손실이 워낙 크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적절한 위험관리 없이 이뤄진 과도한 투기거래 때문에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파산 사건(1994년), 2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 베어링스은행 파산 사건(1995년) 등에서 보듯 손실의 한도를 정하고 시장이 예측과 달리 움직였을 때의 대응계획도 미리 마련해야 대규모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해외의 소규모 전문투자회사(Proprietary Trading Firm)들이 적절한 위험관리를 수반한 투기거래를 통해 시장 유동성에 상당 부분 기여하는 것은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인력과 정보기술(IT)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투기거래를 수행하는 시장참여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파생상품시장이 유동성과 변동성이라는 두 바퀴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위험관리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시장참여자의 육성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