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씨는 최근 사용하던 아이폰4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로 바꾸면서 단말기 값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쓰던 제품을 중고로 팔아 위약금을 물고도 10만원 이상 차익을 남겼다. 게다가 같은 통신사 가입자끼리 무료 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로 옮기면서 통신비까지 낮췄다. 휴대폰 교체와 요금제 갈아타기로 꿩 먹고 알 먹는'폰 테크(phonetech)'로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이다.
사용중인 휴대폰을 신제품으로 바꾸면서 돈까지 버는 폰 테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폰 테크가 가능해진 것은 보조금을 남발하는 국내 휴대폰 시장의 기형적인 유통구조와 이동통신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사들은 신형 단말기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기존 단말기의 재고 처리를 위해 대리점 보조금을 높이고 있다. 이통사 역시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요금제와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일선 대리점에서 신규 개통하면 공짜 단말기 외에도 수십 만원의 현금에다 경품까지 제공하는 경우를 보기 어렵지 않다. 이달부터 블랙리스트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기존 유통 구조와 보조금 정책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환경을 이용해 김씨처럼 폰테크를 하는 사례는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대리점과 텔레마케팅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더 많다. 김씨의 경우 인터넷에서 갤럭시노트를 2년 약정으로 36만원에 구입했다. 출고가격 99만9,000원짜리 제품의 가격이 대리점 보조금 덕분에 3분1로 떨어진 것이다. 매월 1만5,000원씩 단말기 할부금을 내야 하지만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요금 할인을 적용하면 사실상 공짜다. 더욱이 김씨는 쓰던 아이폰4를 인터넷 중고 장터에서 35만원에 팔아 통신사 위약금 20만원을 물고도 15만원을 챙겼다.
음성 통화량이 많아 3세대(3G) 5만4,000원 요금제로 매월 10만원 가량 나오던 통신 요금은 4세대(4G) LTE 6만2,000원 요금제로 바꾸면서 오히려 떨어졌다. 3G 요금제에서는 데이터가 무제한이지만 통화요금이 추가로 2~3만원 더 나왔다. 하지만 LTE 요금제로 옮기면서 데이터는 제한되지만 기본 통화량이 늘어나고 추가로 망 내 무료 통화 3,000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폰 테크 사례는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을 통해 퍼지고 있다. 김씨처럼 실수요자 입장에서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한 사람이 여러 회선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기업형으로 폰 테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을 새로 개통한 뒤 의무사용 기간인 3개월 정도 사용하고 다시 기기 변경을 통해 신제품으로 옮겨 타고 기존 제품은 중고로 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3개월 동안의 기본료, 해지 위약금을 제외하고도 단말기 1대당 5~10만원씩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폰 테크의 대상이 되는 제품은 제조사나 대리점 보조금이 많아 할부 원금이 싼 제품들"이라며 "최근에는 제조사들의 단말기 밀어내기로 최신 폰 까지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