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모(57)씨가 T인터넷 증권방송과 방송 진행자 권모(5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11년 이씨는 월 77만원을 내고 T방송의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 T방송과 계약을 맺고 증권방송을 진행하던 권씨는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인 A전자가 삼성전자와 1,000억원대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합병을 하기로 했다며 주식을 매입하고 매도하지 말 것을 수차례에 걸쳐 권유했다. 하지만 이는 허위사실로 A전자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고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못해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됐다. 큰 손해를 본 이씨 등 T방송의 회원들은 T방송 대표와 권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고의를 인정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결국 이씨는 A전자의 상장폐지로 입은 손해 등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권씨나 T방송 등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는 투자자 보호 의무 관련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도 민법상 배상 책임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에 관해 허위정보나 합리적·객관적 근거가 없는 정보를 확실한 정보인 것처럼 제공해 고객이 손해를 입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의 매수·보유를 권유해 손해를 입혔으므로 민법 750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법 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애초 1심은 "허위정보를 합리적·객관적 근거 없이 제공하고 매수를 추천한 행위는 고객 보호 의무를 저버린 위법한 행위"라며 5,6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는 투자자문업자와 동등한 수준의 고객 보호 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