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보과잉의 시대다. 간단한 물건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정보가 흘러나와 혼란에 빠지곤 한다. 이럴 때 믿을 만한 누군가가 "너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바로 이거"라며 원하는 정보를 골라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니즈 때문에 등장한 것이 바로 '큐레이션(curation)'이다. 큐레이션은 미술계에서 화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선별해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정보를 수집, 정리하고 소비자와 관련돼 있거나 가치 있는 정보만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특히 큐레이션은 전자상거래와 접목되면서 전문가가 엄선한 좋은 제품을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가치 제안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큐레이션커머스'라는 온라인 시장의 새로운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품선택 과정에서 필요한 도움을 가족·친구 등 인적 네트워크에서 얻어왔다면 이제는 믿을 만한 사람이 추천하는 상품만 골라서 접할 수 있다.
미국의 큐레이션커머스 서비스인 '쿼털리코(quarterly.co)'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서비스는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들이 선택한 제품만 제공한다. 마리클레르의 패션 디렉터 니나 가르시아, 뮤지션 퍼럴 윌리엄스와 같은 유명 셀러브리티뿐 아니라 남성잡지 GQ 같은 브랜드가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쿼털리코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트 42명은 3개월마다 그들의 이야기와 취향이 담긴 상품들을 소비자에게 소개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정기 구독하는 회원은 8,000명을 훌쩍 넘는다.
이처럼 믿을 만한 사람의 조언과 추천을 바탕으로 맞춤화 소비가 이뤄지는 해외의 사례와는 다르게 국내 대부분의 큐레이션커머스는 소셜커머스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 큐레이터가 특정 제품을 추천하는 이유나 품질보다는 '파격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높은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무조건 저렴하게 물건을 사기보다는 양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과잉 정보와 상품의 홍수 속에서 누군가의 진심 어리고 믿을 만한 조언으로 도움을 받고 싶은 소비자의 니즈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보의 정확성·출처·신뢰성 등에서 한계를 가진 온라인커머스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큐레이션커머스는 앞으로도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좋은 상품을 선별하고 추천하는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과 영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임이 분명하다.
전문가의 전문성·통찰력 등을 활용해 엄선된 제품과 함께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콘텐츠 제공이 가능하고 새로운 제품을 접하고 좋은 상품을 발견하는 고객 경험까지 제공할 수 있는 큐레이션커머스의 미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