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리포트] 사우디 공세·셰일 투자 주춤… 미국 '사우디아메리카' 제동 걸리나

월가, 수익성 악화 우려 셰일 투자금 회수 조짐

"배럴당 70弗 추락해도 손익분기점" 전망 불구

유가 추가하락땐 美 최대산유국 꿈 무산될수도


국제유가가 약세를 지속하면서 미국의 '사우디아메리카' 야심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이미 월가는 수익성 하락을 우려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외부자금 수혈이 줄어들 경우 셰일 산업도 타격을 입으면서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셰일 원유 생산량은 미 전체의 55%에 달한다.

◇셰일 혁명에 베팅한 월가 우려 고조=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1.9% 오른 배럴 당 82.09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6월20일에 비해서는 여전히 2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다 산유국간 '치킨 게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최근 유가 급락에도 생산량을 유지해 미국의 셰일 혁명이나 남미의 심해 원유 등을 고사시키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급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월가 금융 시장이다. 블룸버그는 "월가 투자가들이 셰일 붐의 매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에너지 주가는 떨어지고 자금 조달 비용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에너지업종 지수는 올 8월말 이후 14% 급락했고 75개 셰일 생산업체들의 시가총액은 1,586억 달러나 줄었다. 190여개 미 셰일 업체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도 같은 기간 평균 1.16%포인트나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상위권 에너지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와 미 국채간의 금리 차이는 한달 전 1.48%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벌어졌다. 특히 에너지 업계 정크 본드와 국채간 금리 차이는 4.07%포인트에서 5.07%포인트로 더 커지면서 201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론 오만드 MLV앤드컴퍼니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는 "불과 한달 만에 원유·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확실히 변했다"며 "셰일 붐이 끝났다고 보지는 않지만 투자자들이 셰일 업계의 채산성을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월가에서 흘러들던 돈줄이 점차 마르면서 셰일업체의 자금조달 환경도 팍팍해지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의 배켄 지구의 최대 셰일 업체인 화이팅 석유기업의 2018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6.1%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휴스턴 지역 시추업체인 매그넘 헌터 리소시즈는 이번 달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차환하기 위해 기존 계약보다 2.5%포인트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가의 셰일 투자 열기가 점차 꺾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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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브레이 맥클렌던 전 체사피크에너지 최고경영자는 "2011년 천연가스 가격이 붕괴됐을 때처럼 기업 인수 등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만 하더라도 원유·가스 부문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는 300억 달러에 이르면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텍사스대학 에너지연구소의 마이클 웨버 부이사는 "기술주와 부동산 거품 이후 투자 대상을 찾던 월가의 자금이 미국내 석유·가스업계로 유입됐다"며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가 추가 하락 땐 '사우디아메리카'에도 제동= 물론 최근 유가 하락에도 미국의 셰일 혁명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캐나다 오일샌드의 25%가 수익성을 잃었고 미 소형업체는 문닫을 위기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부분 대형 업체들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고 70달러까지 추락해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IEA는 전망했다. 최대 생산지역인 이글포드는 50달러 수준에도 채산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샌포드 C. 베른스타인은 WTI 가격이 80달러를 조금 밑돌면 미 셰일 생산업체의 3분의 1이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셰일 업체들만 중도 탈락해도 '사우디아메리카'의 꿈은 물 건너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EA는 내년에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은 전년대비 하루 94만4,000 배럴이 더 늘었는데, 증가분의 대부분을 셰일 원유가 차지했다.

하지만 맥쿼리그룹 등에 따르면 유가가 80달러 수준이면 미국의 석유 생산 증가율은 당초 전망치인 12%보다 줄어든 5%에 그친다. 또 75달러 수준이면 하루 50만 배럴만 증가하고 70달러이면 증가량이 제로에 그친다. 셰일 유정은 산업 특성상 시추공을 꾸준히 뚫어야 미국의 전체 생산량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셰일 유정은 시추 4년만에 생산량이 80% 이상 감소하는데 전통 유정보다 3배나 빠른 속도다.

제럴드 포드 미 대통령의 경제 자문이었던 필립 베르레거는 "유가가 70달러가 되면 배켄 지역의 셰일 생산량이 올 1월 하루 110만 배럴에서 80만 배럴로 28%가 줄 것"이라며 "유가 하락으로 투자금이 줄면 개발 열기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oA의 경우 내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유가가 배럴당 75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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