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망명 기도 사건으로 위기에 몰린 보시라이(薄熙來ㆍ사진) 충칭시 서기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등 원로의 도움으로 정치적 회생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자당(혁명 원로나 고위 간부의 자제) 출신인 보 서기가 태자당과 연합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상하이방(상하이 출신 고위 간부)의 거두 장 전 주석의 이른바 '출판 정치' 등의 지원사격으로 적어도 부패혐의로 투옥되는 사태만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국영 중국TCV인 CCTV는 지난 18일 밤 종합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新聞聯播)' 첫 뉴스로 장 전 주석의 '문선집 제2권'이 영어ㆍ프랑스어 등 5개 국어로 번역, 출간됐다고 전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9일자에서 1면 머리기사로 이 소식을 다뤘다. 보 서기에 대한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정국에서 장 전 주석이 전격 등장한 것은 현재의 정치적 흐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의사표시라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개혁·개방의 선구자인 덩샤오핑(鄧小平)의 딸 덩린(鄧林·70)도 충칭시 공산당위원회 기관지 충칭일보(重慶日報)에 덩샤오핑 서거 15주년을 기념해 19일 1면에 인터뷰 형식으로 등장했다. 덩린은 인터뷰에서 "아버지께서 충칭에서 일하시던 시간이 짧지 않다"며 충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중국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덩린이 보 서기의 선전지나 다름없는 충칭일보의 인터뷰에 특별히 응해준 것은 보 서기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 같은 정황에서 15일 이후 언론매체에 등장하지 않던 보 서기가 충칭일보 19일자 1면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날 보 서기는 17일 충칭을 방문한 베트남 중앙서기처 서기인 또휘루아를 접견한 자리에서 작심한 듯 자신이 구축한 '충칭식 발전 모델'의 성과를 강조했다. 왕리쥔 사태 이후 보 서기가 공개적으로 충칭식 발전 모델의 정당성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