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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한국 경제의 리스크로는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 확대로 인한 수출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또 정책추진 과정에서 소심함의 덫(timidity trap)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확장재정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도 드러냈다. 한국은행을 향해서는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재차 압박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차 방문 중인 호주에서 지난주 말 월스트리트저널(WSJ)·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잇따라 인터뷰를 갖고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개진했다.
최 경제부총리는 우선 성장회복을 위한 과감한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뒤 "정책 측면에서 너무 작고 때늦은 정책을 펴게 되면 효과가 낮고 시장 반응도 없다. 소심함의 덫에 빠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를 살려서 내년 경상 성장률이 6%대를 달성해 중장기적으로 재정수지를 흑자로 만들 것"이라며 "올해 2·4분기 성장률은 0.5%를 기록했지만 3·4분기에는 회복돼 내년에는 실질 기준으로 4% 성장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한국 경제의 장애물로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QE) 정책 가능성을 꼽았다. 이른바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 경제 회생 전략)의 첫번째 화살인 QE 정책을 놓고 "(일본의) 돈을 찍어내는 기계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표현한 그는 "올 하반기에도 이것이 계속될 경우 한국의 수출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국가 주력 산업이 우리와 겹치는 일본이 통화 확장을 이어갈 경우 이미 '초엔저'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엔화 약세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한국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에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양자회담에서도 일본의 QE 정책을 겨냥해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든 지나친 수준의 QE는 글로벌 불균형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런 행태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추가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정부가) 41조원 규모의 과감한 재정 정책을 추진하고 내년에도 확장적 예산을 편성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의 조화가 중요하다"며 "국내 경제를 바라보는 한은의 인식이 재정 당국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를 고려해 한은이 현명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4개월 동안 금리를 동결해 오다 지난달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전격 단행한 한은을 향해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보조를 맞춰줄 것을 에둘러 요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