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들 출구찾기 막막… 자칫 부채차환 대란 올수도

[회사채 8월까지 줄줄이 만기]<br>올 5~6월이 자금조달 최대 고비<br>은행 "CP부실땐 지원 곤란" 발빼<br>中企·비우량 중견사 치명타 우려<br>기업 대출관리 완화, 숨통 터줘야



#1. 국민은행은 최근 대출기업들의 회사채(CP) 대환에 묶여 있던 총 3,000억원가량을 싹 정리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견ㆍ중소 건설사 등이 발행한 CP 등이 문제시되자 당분간 기업에 대한 CP 차환을 추가로 하지 않겠다는 차원에서 기존 물량까지 털어낸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른 시중은행에서도 마찬가지다. #2. 지난 2~3년 전부터 수백억원대 자금을 시장과 은행에서 끌어 써온 건설업체 A사는 올해 들어 한층 더 좌불안석이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은행 대출과 CP 발행으로 현금을 확보했지만 이후 건설경기 침체 여파를 견디느라 해당 자금을 상당 부분 소진했기 때문이다. 특히 CP 만기는 올해부터 본격 도래하는데 시장 분위기상 차환이 어려울 것 같아 진땀을 흘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자금조달을 위해 길고 좁은 험로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버텨내기 위해 대량으로 끌어 쓴 대출금 및 회사채를 이 기간 집중적으로 상환해야 하는데 자금시장 분위기는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어 출구찾기가 갑갑한 상황이다. 하필 은행들이 대출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업신용평가 및 대기업 계열 재무구조평가 기간과도 겹쳐 있다. 중소기업이나 비우량 중견기업들로서는 자금 돌려막기를 위해 최소 1년여간은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상반기까지 230조원 이상 막아야=기업들이 당장 오는 8월 말까지 4개월간 만기 도래하는 100조원(7대 은행 기업대출 만기액 약 80조원, 회사채 만기도래액 15조9,933억원)을 막아야 한다. 이 기간을 잘 넘겼다고 고행길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를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들이 막아야 하는 빚이 230조원을 웃돈다.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SC제일은행ㆍ외환ㆍ한국씨티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은 약 300조원(올 2월 말 잔액기준). 이 가운데 53.2%인 159조원가량의 만기가 다음달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도래한다. 아울러 다음달부터 내년 6월 말까지 기업들이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물량도 72조8,1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4개 은행만을 분석해보면 다음달부터 내년 2월 말까지 기업들이 갚거나 만기연장 등으로 차환해야 하는 만기도래액은 146조5,951억원. 이중 85.5%(125조3,424억원)는 중소기업대출이다. ◇은행권 "CP 대환 추가 지원은 어려워"=은행들이 기업들의 만기도래 대출을 무정하게 끊어버리기는 어렵다. 자칫 고객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는 탓이다. 또한 만기연장에 인색하게 굴었다가 해당 기업이 대출상환불능 상태에 빠져버린다면 은행으로서도 동반부실의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은행들은 가능한 기업들의 대출 만기연장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CP 상환 불능상황이 은행의 대출 만기연장 여부와 맞물려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은행들은 기존의 기업대출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연장해주겠지만 CP 부실의 위험까지 추가로 떠안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에게 기업자금 지원을 요청한 점을 감안하면 만기도래하는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회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출기업의 CP에 문제가 생길 경우 대환 등을 추가로 지원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기업 재무구조나 신용평가 결과 부실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CP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 경우 은행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ㆍ4분기가 더 큰 고비=금융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들이 자금조달에서 최소한 두세 번의 고비를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장 5~6월 전후가 첫 고비며 두 번째 고비는 4ㆍ4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 번째 고비는 내년 3월 전후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4ㆍ4분기에 기업들이 자금난을 피하고자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올해 4ㆍ4분기부터 집중적으로 돌아온다"며 "최근 2~3년간 수출증가와 경영호조로 현금을 많이 확보한 대기업이나 우량 중소기업 등은 모아놓은 돈을 상환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가뜩이나 CP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에 큰 위험이 가지 않는 수준에서는 은행들의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에 대한 압박을 다소 풀어주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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