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 조선사 '기싸움' 승리할듯

日 철강업체 "대형 고객이라 후판값 마냥 올려 받을수가…"<br>하반기 선적분 가격협상, 상반기 수준 이달중 계약


하반기 후판 가격을 놓고 벌이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와 일본 철강업계 사이의 기싸움이 우리 조선업계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신일본제철 등 일본 철강업기업들로부터 공급받는 올 하반기(10월~내년 3월) 선적분 후판 가격이 상반기 수준인 700달러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철강업체와 협상하고 있는 국내 한 대형 조선업체 고위관계자는 “현재 일본 철강업계와의 하반기 후판 공급협상이 거의 막바지 단계로 이르면 이달 중 계약할 것 같다”며 “일본 기업들이 가격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상반기(4~9월 선적분) 가격인 톤당 700달러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에 재고를 소진한 글로벌 철강기업들이 최근 잇달아 철강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후판 가격 동결은 우리 조선업계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사실상 동결됨에 따라 조선업계의 올 하반기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업계가 글로벌 철강업계의 잇따른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후판을 상반기 가격수준에서 공급받게 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구매력이 높아진 덕분이다. 올 상반기 대규모 감산을 단행하며 적자를 기록했던 일본 철강업체들은 최근 수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수출물량이 2ㆍ4분기 대비 10~20%가량 증가하면서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톤당 50~100달러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중국 최대 철강업체인 바오스틸 역시 오는 9월 출하분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당 800위안 올렸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워낙 큰 대형 고객이기 때문에 일본 철강업계도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울 수 없는 상태다. 또 소폭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대형 고객을 잃을 수 있는 ‘도박’을 하기에는 글로벌 철강시황이 너무 불투명하다는 점도 일본 철강업계의 협상력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 철강업계와 가격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일본 철강업체들은 협상 초기 글로벌 철강 가격 상승세를 이유로 10~20%가량의 가격인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국내 조선업계의 조건을 받아들였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는 가격인상보다 대형 고객 확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전했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올해와 내년 사이에 후판 생산량을 늘릴 예정인 점도 국내 조선업계의 협상력을 강화시켰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건설하고 있는 후판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연간 200만톤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신후판공장이 준공되는 10월부터 연간 150만톤가량의 후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역시 당진 일관제철소가 완공되고 상업생산이 시작되는 내년 상반기부터 연간 150만톤의 후판을 생산하게 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연간 약 1,000만톤가량의 후판을 사용하고 있다. 절반가량인 500만톤 정도를 일본이나 중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는 상태다. 가격이나 품질 경쟁력은 국산 제품이 훨씬 뛰어나지만 물량이 부족한 탓에 수입 후판을 쓰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의 후판 생산증가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향후 2~3년 내에 수입물량 대부분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며 “국내 조선업계의 바잉파워 강화와 철강업계의 지원사격 덕분에 비교적 좋은 조건에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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