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4일] '北 3대 세습' 대응 방안은

김정은의 등장은 3일간의 극적 드라마와 같은 여정이었다. 그는 지난 9월28일 새벽 '대장' 칭호를 부여 받으면서 등장하더니 당 대표자회에서는 중앙위원회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출돼 실질적인 2인자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그와 함께 김경희ㆍ최룡해ㆍ김경옥ㆍ최부일ㆍ현영철 등이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앞으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돼 약 6년여에 걸쳐 당의 정치국 정위원이 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김정은의 부상은 엄청난 속도와 파격적인 방식으로 승계의 과정을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변화 없지만 후견세력 급부상 김정은의 등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상됐다. 그러나 이렇게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북한이 후계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지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후 후계체제 구축을 조기에 매듭짓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김 위원장의 건강이 표면적으로는 심각한 상태가 아닐지라도 칠십에 가까운 고령이라는 점. 둘째, 아직 이렇다 할 업적과 검증을 거치지 못한 김정은을 조기에 가시화함으로써 당을 통해 업적을 쌓고 능력을 검증하도록 하겠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는 2012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강성대국 건설 과정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체제 구축을 마무리하겠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앞으로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후계체제 구축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며 당의 조직지도부와 비서국ㆍ정치국 등에 진입하면서 당을 전반적으로 장악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 그의 후견세력 등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당 대표자회는 김정일의 건재를 확인하는 한편 김정은의 후계체제를 위한 인사 배치가 목적이었음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등장으로 북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당분간 북한체제 및 남북관계에는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 그것은 이번 당 대표자회에서 인사 문제 이외에는 당의 노선과 관련한 특별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고 인사 배치에 있어서도 기존의 간부들이 중요 요직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기존의 노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외관계나 대남 분야는 김 위원장이 직접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남ㆍ대외관계 분야에서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에게 김정은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정당성을 확인 받기 위해 내부적으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의 강화 및 특구개발 정책 등을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과거 1976년 '판문점 사건'의 한 요인이 김정일에 대한 과대 충성이었듯이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호개방·군부 돌발행동 주시를 어떤 방향이 될지는 현재로서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당의 정상화 및 당내에서의 지도력 확립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이다. 문제는 김정은으로 권력 집중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결국에는 그를 상대해야 할 직접적인 당사자가 우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언젠가 한반도 절반의 최고지도자가 돼 있을 그에 대한 연구와 분석, 중ㆍ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서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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