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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다시피한 택시 차고지에 컨테이너 모듈러 공법 첫 적용
마감·인테리어만 현장서 진행
예술적 설계로 투박함 없애 독일 '레드닷어워드' 수상도
하루 평균방문객 1만명 달해 지역 쇼핑·문화 랜드마크로
지하철 건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 로데오거리를 따라 5분 정도 걷다 보면 파란 컨테이너 구조물들로 이뤄진 '커먼그라운드'와 마주친다. 얼핏 항구 선착장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심 속 컨테이너 건물은 생뚱맞게 보이기도 한다. 낯선 구조에서 느껴지는 어색함도 잠시. 커먼그라운드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푸드트럭들과 중앙광장, 컨테이너 내부의 독특한 매장들은 대학교 앞 상권의 젊고 생동감 있는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복합 쇼핑몰>
최근 들어 지속 가능한 건축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건축공법 중 하나가 바로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러 건축공법'이다. 모듈러 건축이란 표준화된 건축 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한 뒤 건축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축 양식을 말한다.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러 건축 양식은 현재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컨테이너 주택, 컨테이너 호텔, 컨테이너 공연장 등이 그것.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컨테이너 건축물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동 및 해체가 쉽고 재활용이 가능한데다 건설 폐기물 발생을 줄일 수 있어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 지난 4월 문을 연 커먼그라운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컨테이너 복합 쇼핑몰이다. 컨테이너 쇼핑몰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12m 길이의 200개 특수 컨테이너로 지어졌다. 커먼그라운드는 '메인홀'과 '스트리트홀' 두 개 동으로 구성돼 있고 각종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는 3층에서 '커먼브릿지'를 통해 연결돼 있는 구조다.
컨테이너 모듈러 건축 양식의 장점은 지속 가능성 외에 빠른 공사기간과 비용절감이다.
실제 이 건축물을 기획한 코오롱 측에 따르면 공정의 80%가량을 공장에서 미리 끝내놓고 컨테이너 박스를 조립하는 마감공사와 인테리어 공사만 현장에서 진행했다. 덕분에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공사를 6개월 만에 끝낼 수 있었고 기존 건설 현장에서 흔히 나오던 소음과 주민들의 민원은 크게 줄었다는 설명이다. 건축비용 또한 일반 건축물보다 25%가량 적게 소요됐다.
컨테이너가 주는 투박함을 없애기 위해 미적 요소도 가미했다.
컨테이너 박스마다 번호를 디자인해 새겨넣었고 주변 조경의 면적이나 주차장 라인까지 컨테이너 크기와 맞춰 설계했다. 그 덕분에 커먼그라운드는 지난 7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불리는 독일의 '레드닷어워드'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본상 격인 위너(winner)를 수상했다.
<방치된 택시 차고지가 컨테이너 쇼핑몰로 변신>
커먼그라운드의 또 다른 건축적 의미는 방치된 땅인 유휴지를 활용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건물이 들어선 곳은 원래 대한상운이 소유하고 있던 택시 차고지였다. 건대입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로데오거리 끝에 위치한데다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유동인구를 찾아보기 힘든 곳이었다.
택시 차고지라는 벽이 로데오거리로의 인구유입을 막았던 탓에 건대 상권의 확장도 이곳을 기점으로 멈춰 있었다. 이런 곳에 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커먼그라운드의 기획을 담당했던 김주환 코오롱글로벌 과장은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 유통업체들과 차별성을 갖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건대 상권만의 문화적 특색이 딱히 없던 상황에서 커먼그라운드가 그 역할을 하며 주변 상권과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쇼핑몰이 들어선 지 4개월. 커먼그라운드는 현재 평균 일일 방문객 1만여명을 기록하며 건대 쇼핑·문화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독특한 MD 구성 등 건대 상권의 확장을 돕는 커먼그라운드>
200개의 컨테이너를 쌓아올려 만든 이 건물은 지역 상권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 유동인구가 이곳으로 유입되면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건대 상권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건대 입구 로데오거리의 33㎡(전용면적) 상가 임대료는 보증금 7,000만~8,000만원에 월세 200만원 수준이다. 올해 초만 해도 보증금 3,000만~4,000만원에 월세 130만~140만원 정도였다. 권리금 또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33㎡ 상가의 권리금은 현재 1억원을 호가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4,000만~5,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커먼그라운드가 건대 상권 확장을 이끌지도 관심이다. 기존에는 건대입구역과 성수역 사이에 들어서 있던 택시 차고지가 상권의 확장을 막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그 자리에 커먼그라운드가 들어서면서 성수사거리 방면으로 향하는 유동인구도 늘고 있다.
커먼그라운드의 인기 이면에는 코오롱 측의 상생도 돋보였다. 건축 과정에서 절약된 비용을 모두 입점 상인들에게 혜택으로 돌려준 것이 한 예다. 보증금은 처음부터 받지 않고 임대료를 매출의 15% 내외로 받으면서 상인들의 부담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한 것. 그 덕분에 MD(상가) 구성을 할 때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아닌 비제도권 브랜드들과 독특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유치해 새롭고 독특함을 찾는 젊은 세대들의 감성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MD 구성을 담당했던 이충헌 코오롱인더스트리FnC 과장은 "20대 유동인구를 잡기 위해 개성 있는 상가들, 특히 젊은 감각의 업체들을 유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