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남해안에서 시작된 적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적조는 남해안은 물론이고 동해안을 따라 울진까지 북상한 상태다. 특히 지난 1995년 이후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한 적조는 홀수 해에 피해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홀수 해 징크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8일 중앙적조대책본부에 따르면 적조가 발생한 지 3주를 넘어선 이날 정부와 지자체가 인력 1만1,000여명을 동원해 황토 3만2,000여톤을 바다에 쏟아 붓는 등 적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피해 지역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날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 일대부터 경북 울진군까지 적조 경보를 발령했다.
적조가 가장 심각한 통영 산양 저도 일대는 유해 적조 물질인 코클로디니움이 최대 2만4,700 개체/㎖로 높은 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남해도와 거제 동부, 울주군은 적조생물 밀도가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여수와 경남 고성, 포항 등지도 적조가 사라질 기미가 없다.
피해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중앙적조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까지 양식장에서 물고기 1,939만 마리가 폐사해 총 156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 가운데 경남지역 피해만 142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대 피해로 기록된 1995년에 비해서도 떼죽음한 양식어류의 마릿수가 400만마리 이상 많다. 1995년 당시 폐사 어류를 시중 거래단가 기준으로 집계한 데 비해 지금은 치어 가격으로 집계하고 있어 실제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적조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민들 사이에서는 홀수 해마다 적조 피해가 크게 나는 일명 '홀수 해 징크스'가 찾아온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돌고 있다.
실제로 1995년 이후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한 적조는 홀수 해에 피해가 집중됐다. 1995년 적조는 발생 17일 만에 동해안으로 확산돼 강원도 강릉까지 북상했다. 55일간 지속된 적조로 국내 양식업계 사상 최대인 764억원의 피해가 났다.
1997년 역시 발생 열흘 만에 적조가 동해로 번져 29일 동안 지속되면서 15억원의 피해를 냈다. 56일 지속된 1999년 적조는 동해안의 울주군까지 북상했고 ㎖당 적조물질 개체수가 4만3,000개체까지 올라갔다. 2001년 적조는 88억원의 피해를 내고 36일 만에 소멸했다.
이후에도 적조 피해는 2003년 215억원, 2005년 10억원, 2007년 115억원 등 홀수 해마다 큰 피해를 냈다.
이창규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종합정보과 연구관은 "홀수 해 징크스는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 아니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비교적 홀수 해에 피해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 적조는 태풍 등 외부 요인이 없다면 부분적으로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산과학원 관계자는 "동해 남부연안은 냉수대가 소멸돼 적조가 확산되기 좋은 환경이 형성됐다"며 "적조피해가 예상되는 양식장에서는 적조 피해예방 요령에 따라 양식장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