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초등학생 혜진·예슬양과 40대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정성현(39)에 대해 사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사형선고 후 집행을 받지 않은 사형미집행자가 59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이후 사형제 존치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씨에 대한 사형이 실제 집행될 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23일 사형수 23명을 사형에 처한 후 10여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6일 이혜진·우예슬 양을 유괴·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성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씨는 지난 2007년 12월 경기도 안양에서 이혜진(당시 11세)양과 우예슬(당시 9세)양을 "강아지가 아프다. 봐 달라"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정씨는 또 지난 2004년 7월 경기 군포의 한 모텔에서 정모(여·당시 44세)씨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도 받았다.
원심은 예슬양에 대한 강간미수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제추행죄만 인정하면서도, "정씨가 나이 어린 어린이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범행수법 또한 잔혹하며, 유족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원심은 "어린이나 여성을 상대로 성폭력이나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인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법원의 책무"라며 "비록 사형이 인간의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범죄 예방이라는 목적을 위해 법정최고형을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범행당시 본드를 흡입해 사물을 변별할 수 없는 심신미약상태였는데도, 사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사형을 확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