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8 부동산대책 발표 후 활기를 띠던 서울 개포동 주공1단지 상가 부동산중개업소는 최근 눈에 띄게 한산해진 모습이다. 일부 중개업소는 한두 달 전 진행됐던 계약의 잔금을 치르는 등 나름 바쁘기도 하지만 신규로 진행되는 거래는 거의 없다. 문의는 꾸준하지만 대부분 거래 상황을 알아보려는 집주인들의 전화다.
대책 발표 두 달여가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시장에 다시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에는 다시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일반아파트도 소형을 제외하고는 상승세가 주춤해졌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초부터 거래가 확연히 줄어드는 모습"이라며 "대책 주요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23일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개포동 주공1단지 30㎡(전용면적 기준)는 최근 5억5,000만원 안팎에 매물이 나와 있다. 9월 말 5억7,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나오는 분위기다.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77㎡의 매도호가는 최저 7억6,000만원까지 떨어져 두 달 전보다 2,000만원가량 하향 조정됐다는 것이 이 지역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일반아파트도 상승 탄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소형아파트는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가 받쳐주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 공덕1차 114㎡는 최근 호가가 6억3,000만원 안팎으로 내려가면서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0단지 59㎡ 역시 지난달 실거래가보다 2,000만원 정도 낮은 매물이 등장했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이달 들어 거래가 뜸해지고 있다"며 "취득세 영구 감면 등의 후속조치 지연으로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집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호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주춤하면서 거래량 증가폭도 줄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9월 거래량이 228건으로 8월보다 41건 늘었지만 이달에는 23일 현재 255건으로 9월보다 27건 더 늘어나는 것에 그쳤다. 9월에 추석연휴가 끼어 있어 실제 거래일이 더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세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향후 전망도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대책 효과가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에는 다시 약세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114가 서울과 수도권 지역 공인중개사 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52.8%가 4·4분기에 별다른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것으로 대답했다. 또 이 중 3분의2는 내년까지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고 있는 것은 결국 취득세 영구 감면 등 후속조치 처리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수요가 많은 가을철에 후속조치들이 적용돼야 회복세가 탄력을 받는데 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실망감이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대책 후속조치의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