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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배당·합병비율 재산정'… 엘리엇 요구엔 분명한 거부
경영진 총출동 성공 의지 피력
배당 30%까지 점진적 확대… 거버넌스·CSR 위원회 설립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도 추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de facto holding company)'가 될 통합 삼성물산 추진에 배수의 진을 쳤다. 양사 경영진은 30일 긴급히 열린 제일모직 투자자설명회(IR)에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계획은 없다. 늦어지면 더 나빠진다"며 합병 성공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배당성향을 높이고 주주권익을 지킬 위원회 설립 등 합병 이후 본격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윤주화 제일모직 대표는 30일 서울 여의도에서 주요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합병 무산 대비책(플랜B)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답했다.
김신 삼성물산 대표는 "시장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서도 "(불만의 원인인) 삼성물산 주가와 순자산가치 사이의 괴리는 합병법인이 탄생해 사업을 혁신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면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이번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에 요구한 중간배당이나 합병비율 재산정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법률대리인인 고창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중간배당을 하려면 현재 합병계약서 수정이 불가피하며 갑작스러운 중간배당은 주주들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수 있어 법률상으로나 현실상으로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추가 설명에서 "경영진이 ±10%포인트 수준에서 합병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그 사례가 극히 드물고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만큼 재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유사사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따져봐도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게 삼성물산 변호인 측 주장이다. 앞서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취득한 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을 1대0.35 비율로 교환하기로 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또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에 정관 개정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면서 양사 경영진은 이번 사태로 흔들리는 주주들의 마음을 다잡기 위한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도 소개했다. 우선 통합법인의 배당성향을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주주권익을 보호할 위원회와 기업사회공헌(CSR)을 담당할 위원회를 각각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원(3명)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주주권익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 설치는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 대기업 중 두 번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제일모직 IR는 합병에 대한 삼성 측의 '불퇴전(不退轉)'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주들에게 줄 실질적인 당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IR에서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이후 시너지, 미래 성장전략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패션·식음료·레저를 중심으로 하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촘촘한 전세 계 네트워크를 만나 다각화된 사업의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삼성물산은 향후 5년간 성장률 예상치가 5%에 그쳐 심각한 정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중복되는 분야가 거의 없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성장을 공유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또 양사 경영진은 통합 삼성물산의 비전을 '사실상 지주회사'로 공식화하며 삼성의 지배구조 안정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삼성물산 자회사로 거듭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전략도 관심을 모았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로 키우는 바이오 사업은 이번 합병의 필요성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 꼽힌다. 양사는 2020년까지 18만ℓ 규모인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생산설비를 40만ℓ까지 확대하고 연매출 1조8,000억원, 세전이익 8,000억원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웠다.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