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현지시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에셉시 후보가 55.68%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쟁 후보이자 반체제 인사 출신인 몬세프 마르주키 후보는 44.32% 득표율을 보였으며 투표율은 59%로 집계됐다. 에셉시 후보는 튀니지가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자유민주 선거를 거쳐 선출된 첫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마르주키 후보 지지 성향이 강한 튀니지 남부 함마 지역에서는 에셉시의 당선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지역 청년 수백명은 “구정권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도로를 막고 타이어에 불을 질렀으며,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
에셉시는 그간 ‘구정권을 대표하는 핵심인사’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지만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혔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에셉시 후보는 득표율 39.5%로 1위, 마르주키 후보가 33.4%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전날 결선투표 직후 발표된 출구 조사에서도 에셉시 후보가 55.5%의 득표율로 마르주키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셉시는 당시 선거운동본부 앞에 모인 2,000 명의 지지자 앞에서 “이 승리를 튀니지의 희생자들에게 바친다”며 “마르주키에게 감사하다. 이제 우리는 누구를 배척하지 말고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셉시 후보는 세속주의 성향 정당 니다투니스(튀니지당) 지도자로 구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험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시민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그는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벤 알리 전 대통령이 축출된 후 임시 대통령을 맡은 마르주키 후보가 국정운영에 실패하자 니다투니스를 창당했으며 지난 10월 총선에서 전체 217개 의석 가운데 정당별 최다인 85석을 확보했다.
마르주키 측에서는 에셉시 후보가 승리하면 니다투니스가 대통령과 총리직, 의회를 장악해 독재로 회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르주키 후보는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독재정권 시절 반체제 활동으로 명성을 쌓아왔으며 이슬람 정당 엔나흐다의 지지를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