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제는 감성시대] 고객은 영원하다 서비스망 취약한 외국기업들과 차별화고객만족도 국내업체들 상위권 휩쓸어제품 재구매→시장점유율 상승 선순환 ‘고객을 정성껏 섬겨라.’ 품질과 가격만으로는 고객의 사랑을 얻지 못한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최대한의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정성스러운 애프터서비스(AS)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가 따라주지 않으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더라도 단 1회로 그치고 만다. AS로 고객에게 감동을 주면 자연스레 그 제품이나 서비스의 재구매로 이어진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AS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IT 시장은 소니ㆍ파나소닉ㆍIBM 등 외국 업체들이 휩쓸었다. PC뿐 아니라 냉장고ㆍ세탁기 같은 가전제품까지 품질이 좋고 가격이 비싼 것은 외국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현재 국내 IT 분야에서 외국 제품의 평균 시장 점유율은 5% 안팎 수준이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품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AS에서도 외국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PC업체 델(Dell)을 비롯해 소니ㆍ니콘 등이 국내외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에 밀리는 게 ‘서비스 경쟁력 약화’ 때문으로 분석될 정도다. ◇국내 기업의 AS는 ‘예술’=이제 국내 업체들의 AS에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런 AS 경쟁력은 기업 선호도를 크게 끌어올린다. 서울 이촌동에 사는 가정주부 박혜린(38)씨는 “지난 98년 국내 기업이 만든 프린터를 구입한 후 1년 뒤에 고장이 났는데 신고하자마자 AS직원이 달려와 수리해줬다”면서 “AS직원이 프린터 주변까지 깨끗이 청소해 큰 감동을 받았고, 그 제품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그 뒤에는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그 업체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국내 IT 시장에서 외국 제품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부터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고품질 AS경쟁’을 벌이기 시작한 때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AS 품질이 떨어지면 그대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델은 획기적인 가격파괴 전략으로 한때 세계 PC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최근에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PC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델이 최근 들어 약세를 보이는 것은 유통비용 축소에만 매달린 나머지 AS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고객만족도 높아지면 시장점유율도 올라가=훌륭한 AS는 고객만족도를 끌어올린다. 한국생산성본부는 7월 올해의 고객만족도(NC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6개 분야에서 1위였고, LG전자도 에어컨 등의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은 휴대폰 분야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조사한 한국 산업 고객만족도(KCSI) 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말 발표된 KCSI 조사 결과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ㆍ컬러TVㆍ데스크톱PCㆍ노트북PCㆍ프린터 등 여러 분야에서 높은 고객만족도를 나타냈다.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면 시장에서의 입지도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97년 노트북PC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삼성전자의 노트북PC는 98년 NCSI 조사에서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획기적인 AS정책을 펼쳐 99년에는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99년 이후 단 한번도 노트북PC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AS는 평생고객 확보수단=품질 및 가격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다른 분야에서 차별적인 노력을 해야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AS가 바로 대표적인 분야다. 탁월한 AS는 ‘평생고객’을 만들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의 강진구 박사는 “이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단순한 가격 또는 품질 비교에서 벗어나 브랜드 이미지와 AS 품질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서 “품질 또는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소비자를 평생고객으로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AS가 그저 고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오히려 회사 이미지를 망쳐놓고 만다. AS에는 ‘정성’이 담겨 있어야 한다. 계도원 에이프릴컨설팅그룹 대표 컨설턴트는 “고객이탈 사례를 분석해보면 직원들의 ‘무성의한 태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고객의 작은 불편이라도 덜어주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AS는 고객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IT 분야의 경우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AS요원의 친절이 필수적”이라며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AS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AS도 마케팅" 끝없는 감동경영 정기방문 수리·컨설팅…'홈닥터 주치의제' 도입 시간없는 '맞벌이' 위해 휴일·주말에도 서비스 '제품만 수리해주는 애프터서비스(AS)는 가라.'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해 '맞춤형 AS' 등 새로운 AS 개념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S도 마케팅'이라는 인식 아래 '고객 불만 제로(0)'를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시장 포화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의 심기까지 고려한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KT와 SKT 등의 대리점이나 고객센터는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사항만을 처리해주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 고객이 언제라도 찾아와 휴식을 즐기고 여가를 선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이다. 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이처럼 고객을 왕처럼 받드는 고품격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AS는 새로운 마케팅의 시작=삼성전자는 올 들어 처음으로 가전제품 주치의(홈닥터) 서비스인 '홈토털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홈케어 서비스'와 기업을 위한 '비즈케어 서비스'로 나뉜다. 홈케어의 경우 삼성전자 고객이 연간 20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면 홈닥터가 정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모든 삼성 제품에 대한 수리와 컨설팅을 해준다. 비즈케어의 경우 홈케어와 마찬가지지만 일반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 서비스를 위해 500명의 전담직원을 배치, 올해 말까지 60만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올들어 '애프터 세일즈(After Sale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AS조차 마케팅으로 인식, 고객감동을 통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고객이 AS센터를 방문하면 아무리 길어도 30분 이내에 처리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 맞벌이 부부를 위한 주말ㆍ휴일 AS 등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를 속속 도입 중이다. ◇통신업체 고객센터는 복합문화공간=통신 서비스 업체들도 고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KT는 최근 '고객만족 담당'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서울 광화문 지사 1층에는 'T샘'이라는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했다. 또 최근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의 41개 콜센터를 2개로 통합하는 한편 고객의 소리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종합관리 시스템 서버를 대용량 신기종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KT의 한 관계자는 "고객감동 경영을 벌인 후 고객만족에 대한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최근 통신시장의 레드오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도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말부터 전국 대리점 가운데 주요 거점지역 매장을 고객체험형인 'T월드'로 개편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T월드는 기존의 대리점 역할뿐 아니라 첨단 이통 서비스 체험과 휴식, 각종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SKT는 현재 30개의 대리점을 T월드로 전환했고 올해 말까지 이를 200개로 늘려갈 계획이다. 한편 KTF와 LGT도 대리점을 고객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별취재팀:정구영차장(팀장)·한영일·권경희·최광·황정원기자gy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6/08/23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