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 지정여부가 아파트 분양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양도세가 실거래가 기준으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는지 여부 보다는 분양권 전매금지와 재당첨 금지 등의 제한이 따르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는지 여부가 분양시장에 훨씬 큰 영향을 미쳐 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동일 가구원 가운데 한명이라도 이미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사실이 있으면 투기지역내에서는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투기지역 지정 여부가 분양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훨씬 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기지역에서 공급된 아파트들은 수도권내 호재지역을제외하고는 대부분 참패를 면치 못했다.
대구 달서구 월배택지지구에서 8-9월에 분양에 나선 `현대홈타운'과 `대우푸르지오'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대형건설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계약률이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구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만 상반기만해도 분양이 호조를 보였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구에 공급이 많았기도 했지만 달서구가 지난 6월말 투기지역으로 묶인 것이 분양 성적이 신통치 않은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대출이 있는 사람에게 분양아파트의 대출을 받으려면 원래 소유하고 있는 집을 입주 뒤 1년내에 팔아야 한다고 설명하면 계약을 포기하는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이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최근 분양했던 아파트 `롯데캐슬 킹덤'도 초대형평형으로만 구성돼 주목을 받았지만 초기 계약률은 50%를 밑도는 등 고전했다.
울산 남구도 지난 7월말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
반면 투기지역이 아닌 곳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8.31대책에도 불구하고 분양성적이 뛰어난 곳들이 많다.
SK건설이 지난달 말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서 내놓은 `효자 웰빙타운 SK뷰2차'도 계약 10여일만에 계약률이 90%를 넘었다.
포항은 북구만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을 뿐 남구는 아니다.
신동아건설이 비투기지역인 전남 목포에서 분양한 `신동아 파밀리에'도 지난 5일 청약접수를 마감한 결과 33평형 A타입이 평균 2.79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미달없이 모두 마감됐다.
경남 김해 진영택지지구에서 `진영자이'를 분양하는 GS건설의 조승완 소장은 "부동산시장이 냉각된 가운데서도 비투기지역이 대부분인 지방 중소도시는 분양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중코리아 김학권 사장은 "요즘 분양시장은 투기지역 지정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수도권의 입지가 아주 좋은 지역이 아니면 투기지역에서는 청약에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실수요자들마저 청약을 꺼리게 만든다는 불만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출이 있으면 가족을 위해 청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며자신이 이사할 집이라도 분양 계약을 하면 무조건 기존에 살던 집을 팔아야 한다는부담감에 청약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기 수요 억제도 좋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너무 과도한 규제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