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르헨 “빚 75% 깎아달라”

사상 최대 규모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아르헨티나가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부채 탕감을 요구하고 나서 국제 사회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안의 발단은 로베르토 라바냐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이 22일 두바이에서 열린 IMF 연차 총회에 참석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간 채권액 943억달러의 75%를 탕감해 줄 것을 촉구한 것.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1년 12월 아르헨티나 총 디폴트 금액의 53%에 해당하는 액수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 같은 요구가 관철될 경우, 재정적으로 파산한 국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추가 디폴트 협박(?)을 담보로 대외 채무를 일방적으로 떨어버리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외 민간 금융기관은 일제히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했다. 일본 노무라 은행의 알렉산드르 베르거스 자산운용팀장은 아르헨 정부의 채무재조정 제안은 “한마디로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20일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와 앞으로 3년동안 상환 조건으로 125억달러의 구제금융에 합의하는 등 주요 국제기구에 대한 채무재조정을 합의한데다 주요 채권국 등 국제사회가 어떻게든 아르헨티나의 경제 정상화를 원하고 있어 민간 기관들이 대규모 부채 탕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급한 단기 채무 상환을 위해 12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IMF에 진 빚에 대한 이자를 갚으려면 앞으로 수년간 재정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을 기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민간 채권단도 당장 올해 49억달러의 원리금을 상환받아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정부의 채무 재조정이 어찌됐든 결론 나지 않으면 그나마 일부라도 회수하지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부채 탕감 대상은 국제 기구나 정부가 아니라 유럽 일본 등 기관투자가, 개인 투자 펀드 등 각양 각색의 채권단이 모여 있어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아르헨티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개별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뉴욕법정에 소송을 낸 한 투자자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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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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