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의한 세계지배 해부『월스트리트 제국주의의 지배수단은 돈이다. 「1달러=1표」의 등식이 성립하는, 달러에 의한 철저한 세계지배가 이뤄지고 있다.』
김인영 서울경제 정경부 차장은 자신의 저서 「월스트리트 제국주의」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라는 미증유의 외완위기를 겪었던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금융자본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세계적 유동성이 그렇게 지구촌 구석구석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사람들은 일본을 배우자며 전전긍긍했는데, 이제는 일본식
기업경영은 고질병의 근원으로 무시당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IMF 당시 미국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의 금융자본이 어떻게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지를 취재해온 저자는 『구소련 붕괴 이후 국제사회는 뉴욕 월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뉴욕 월가가 이끄는 국제 금융자본이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의 은행들이 구조조정과 M&A를 통해 몸집을 키운 뒤, 나스닥 등 증시를 달구어내면서 얻은 실력과 자본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해가는 과정을 아주 흥미롭게 그려나간다. 때문에 이런 풍경이 나타나는 것이다.
「로버트 타일러는 가족과 함께 카리브해의 바하마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비치 파라솔 아래에서 컴퓨터를 두드려 무선으로 주식거래 웹사이트를 열었다. 타일러는 핀란드 노키아사의 주식을 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홍콩의 인터넷 주식을 매입했다. 유럽은 저녁, 아시아는 아직 동이 트지 않았지만, 온라인 증권거래는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빠른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런 금융자본은 러시아를 비롯해 멕시코, 칠레 등을 엄습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총리처럼 국제금융자본의 음모 운운의 발언에는 동조하지 않는다. 거대 금융자본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단지 경제의 펀더멘틀이 취약한 나라에서는 통화하락을 예상하고 덤벼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자연스런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문제는 아시아 지도자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몰랐다는 사실이다』고 강조한다. 아시아의 지도자들은 90년대 이후 조성된 엄청난 국제 유동성 자금의 움직임이 기초가 단단하지 못한 나라를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제자본의 움직임과 그 메카니즘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다시없는 지침을 제공한다. 무조건 제국주의 운운하면서 국제적 음모론만을 주장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적응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에서 출발해 금융위기가 휩쓸었던 러시아, 멕시코 등을 추적해가다 보면 새로운 국제 금융자본주의 시대의 핵심적인 운동법칙을 깨우칠 수 있다. FKI미디어 펴냄.
이용웅기자YYONG@SED.CO.KR
입력시간 2000/06/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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