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가 1,000선 위에서 고공 행진을 벌이고 채권 금리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자금이 갈 곳을 모르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주식형 펀드 수탁고는 13조1천530억원으로 지난달 말 보다 94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주식형 수탁고 증가 규모는 ▲2월 1조340억원 ▲3월 7천560억원 ▲4월 8천110억원 ▲5월 1조2천850억원씩에서 지난 6월에는 3천20억원으로 뚝 떨어졌으며 이달에도 둔화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주가지수 수준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새로 가입하기를 꺼리는데다 일부 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적립식 펀드도 기존 가입자들이 비교적 꾸준히 돈을 붓는 덕에 주식형 펀드 수탁고 증가세에 기여하고 있지만 역시 신규 가입은 둔화되는 한편 환매가 나타나고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적립식펀드도 3개월만 지나면 환매 수수료가 없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에 지난해 상승장 초기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충분히 빠져나가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며 일부 상품은 일정 수익률이 되면 자동으로 상환되기도 한다.
최근 적립식 펀드 판매 동향을 보면 펀드 주요 판매처 중 한 곳인 조흥은행은 이달들어 지난 11일까지 잔액이 52억원 늘어나는데 그쳤고 계좌 수는 오히려 2천578개나 줄었다.
이는 지난 5월과 6월에 펀드 잔액이 각각 1천34억원, 700억원 늘어나고 계좌 수도 4만5천432개, 2만5천466개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둔화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이달들어 적립식 펀드 판매 잔액 증가 규모가 108억원으로 지난달 326억원의 3분의 1에 달했지만 순증 계좌 수는 507개로 전달의 1만5천685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였다.
다만 적립식 펀드 판매 시장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계좌 수가 1만7천505개 늘어나 지난달의 2만4천622개에 바짝 다가섰고 판매 금액도 380억원으로 전달의 643억원의 절반이 넘었다.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중 상당수가 이번에 KB자산운용에서 새로 내놓은 광개토 펀드 가입자이다"라고 말했다.
주식형펀드는 이처럼 그나마 현상 유지를 하고 있지만 채권형 펀드는 수탁고가 지난달 말 64조7천170억원에서 60조9천140억원으로 2조6천850억원이 감소하는 등 자금이 뭉텅 빠져나가고 있다.
이는 지난달 중순부터 금리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상승세를 탄데 따라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ELS 펀드 등 파생상품 펀드도 설정액이 평균 월 7천억원씩 불어나고 있지만 이달들어서는 수탁고가 9조260억원으로 되려 660억원 감소했다.
작년 말과 연초에 설정된 조기 상환형 ELS펀드가 대거 상환된 반면 신규 가입은 크게 늘지 않은 것이 주 요인이었다.
MMF는 수탁고가 69조8천720억원에서 78조9천40억원으로 갑자기 불었지만 이 중1조여원은 연기금 풀 자금이고 그 밖에 캠페인성 자금 등을 제외하면 개인과 중소기관 자금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투자증권 김세중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춤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인 것으로판단되며 적립식 펀드 세제 혜택 등의 지원책이 발표되면 다시 한 번 붐이 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특히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 나와서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 꽤 많은 자금이 들어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