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5년 단위로 큰 개방의 물결이 휩쓸고 지나갔다. 90년대 초 동유럽시장, 90년대 중반 중남미시장 개방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현재 중국ㆍ베트남 등 신흥시장의 문호가 열리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나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움츠렸던 국내 금융기관들이 본격적인 해외진출, 특히 신흥시장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라는 의미이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일단 환영하면서도 산업은행 주도의 대형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설립, 한국투자공사(KIC)의 직접투자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지주, 외국 증권사 인수 허용=우선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해 금융지주사가 지배할 수 있는 자회사의 범위에 ‘외국 금융기관’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켰다. 현재 지주사는 국내 금융기관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 외국 자회사에 대한 최저지분 보유의무도 완화된다. 현행법상 자회사를 둘 때 자회사가 상장사인 경우 30%, 비상장사일 때는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이나 베트남 등은 보유지분에 대한 규제가 있고 선진국의 경우 적은 지분으로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현실에 맞춰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손자회사에 대한 동일업종 규정도 없앤다. 현재는 외국 손자회사는 ‘자회사와 동일업종’으로 제한돼 은행은 은행만, 증권은 증권사만 인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국 손자회사의 업종을 ‘금융업 및 금융업 관련 업종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PEF, 역외 투자목적회사(SPC) 설립 가능=PEF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먼저 PEF에 다양한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해 PEF의 역외 SPC 설립이 허용된다. 역외 SPC를 통해 투자하는 경우에는 ▦포트폴리오 투자 5% 이상 금지 ▦타회사 지분 10% 이상 출자 금지 등의 자산운용 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간접투자자산운용법 시행령 개정도 병행된다. 다만 역외 SPC 투자자금이 국내로 역류해 관련 규제를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회사의 PEF 관련 제한도 완화한다. 현재 보험회사는 PEF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그러나 보험사도 PEF를 자회사로 둘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어 지분제한 없이 PEF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산은 주도 1조원짜리 PEF 설립=산업은행 주도 아래 기관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아시아 구조조정ㆍ경제개발 전문 PEF’ 설립도 추진된다. 자금력 및 개발금융 경험과 민간 투자은행(IB)의 노하우를 활용, 아시아 지역의 기업인수ㆍ부실채권ㆍ개발금융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산업은행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무한책임사원(GP)이 되고 여기에 출자하는 해외펀드 등은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한다. 산업은행 PEF는 역외 SPC를 설립, 아시아 지역의 기업인수 등에 적극 참여할 방침이다.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펀드는 연말 출범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고 산은의 희망규모는 1조원”이라고 말했다. 또 하반기부터는 KIC가 직접투자를 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준다. KIC는 현재 간접투자만 할 수 있다. 직접투자는 먼저 200억달러 정도의 정부 위탁을 가지고 운용하되 하반기에는 일단 이중 10억달러만 가지고 시험 운용한다. 직접투자 수준은 오는 2010년까지 30%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기관 해외진출 지원 기관 신설=정부는 이 같은 전략을 총괄 지휘하기 위해 재경부 차관보가 주재하는 금융기관 해외진출 전략위원회를 신설할 방침이다. 금융허브지원팀을 ‘금융중심지 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을 위한 종합 민간지원기관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올 7월에는 정부 차원의 해외진출통합정보시스템(OIIS)을 구축해 금융기관에 정보를 제공한다. 매년 금융 분야 해외진출 장벽 보고서를 만들고 선진국에 주로 포진돼 있는 재경관과 금감원 주재관을 증원, 개도국에 파견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밖에 해외 현지법인 설치의 신고수리기간을 20일 이내로 단축하고 해외점포 신규 설치 허용기준도 완화하는 대신 해외영업 현황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