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제2차 진로 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진로`를 둘러싼 국내외 채권단 간의 물밑 주도권다툼이 치열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JP 모건이 최근 경남, 부산, 제주은행 등이 보유한 진로의 정리채권 923억원을 인수한데 이어 수협 보유의 진로 채권 247억원을 추가로 사들여 총 1,170억원의 진로 정리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JP 모건이 진로 정리채권을 추가로 인수함에 따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외국계 자본이 확보한 진로채권규모는 5,170억원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진로의 전체 정리채권 규모(1조4,000억원)의 36.9%에 달해 진로회생 프로그램 통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골드만삭스는 3,000억원의 진로 채권을 확보해놓고 있으며, 기타 외국계는 1,000억원을 갖고 있다.
대한전선도 지난 6~7월 3차례에 걸쳐 자사와 계열사 명의로 모두 2,595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여 총 담보채권(3,500억원)의 4분의 1을 초과, 외국계 투자가들과 마찬가지로 정리계획안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입장이다.
최대 담보권자인 대한전선이 국내 채권단 입장을 대변하며 외국계 투자사 주도의 채무 재조정에 제동을 걸면 골드먼삭스와 JP모건 등 외국계와 국내 채권단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 열렸던 1차 집회에서 양대 채권자인 대한전선과 골드만삭스를 비롯 300여 국내외 채권자들이 대거 참가, 세과시를 한 셈이다. 물론 1차 집회는 양측간 신경전으로 별 충돌없이 끝났지만 2차와 3차 집회에서는 상황이 다를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대한전선 한 관계자는 1차 집회 후 “특정 채권자가 자기 이익만 고집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특히 지난 1차 집회에서 진로의 기업 존속가치가 1조3,262억원으로 청산가치 6,278억원보다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 회사가 존속하는 게 다수의 이해관계자에게 더 이익이라는 보고서가 나와 이들 국내외 채권단간 파워게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원금탕감과 출자전환비율 등 정리계획안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그러나 2차 집회때부터 양대 채권자들이 서로 담보권자로서 권한을 적극 행사할 것으로 보여 진로의 앞날은 물론 다른 채권자들의 이익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또 대한전선의 진로채권 매입과정을 놓고 주류업계와 금융계 안팎에서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기에 이상한 점들이 많다는 지적들이 2차 집회에서 어떻게 반영될 지도 관심거리다.
결국 이들 양대 채권자간 파워게임 결과로 외국계 투자사나 대한전선, 아니면 제 3자 누구에게 진로가 넘어가겠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아 정확하게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내년 3차 집회때나 진로 미래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정록기자 jr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