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겠다는 의사결정은 심각한 전략적 실책이었다. 그것보다 휠씬 더 큰 과실은 부시 정부가 솔직함(condor)과 정직(honest)이라는 성품이 가장 필요했을 때 이를 외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스콧 맥클렐런 백악관 전 대변인은 그의 회고록 ‘거짓말 정부(원제: What Happened)’에서 이같이 밝혔다. 1999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주지사 시절에 수석 공보비서관으로 발탁된 그는 2003년 5월부터 3년간 백악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공적 사적으로 부시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이른바 ‘부시의 입’으로 불렸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회고록은 지난 6월 발간되기 전부터 미국 언론의 주목을 받다 발간 하루 만에 미국 출판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동안 출간된 미국 정가의 대변인들 회고록과 달리 현직 대통령 재임 기간 신랄하게 행정부를 비판했다는 점이 세간의 이목을 끈 이유다. 저자는 3년간 부시를 대변하면서 워싱턴 정가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고스란히 풀어냈다. 특히 처음에는 강경론자가 아니었던 부시가 변한 데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뇌부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한다. 맥클렐런은 이라크 전쟁의 전후 상황을 중심으로 부시 대통령의 측근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에 군사 행동을 취한 일이 부시 정부의 첫 번째 실수였고 두번째는 그 실수를 깨닫지 못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맥클렐런은 부시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대해 절대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모든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자신의 평판을 보호하는데 철저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으며, 딕 체니 부통령은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라크 전쟁부터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했던 인물로 보고 그를 베일에 쌓인 ‘마술사’로 묘사했다. 이밖에 ‘부시를 조종하는 3인방’으로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과 캐런 휴즈 전 미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앤드루 카드 전 비서실장을 지목하며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교육정책, 이라크 전쟁 선동 등은 부시에게 유리한 쪽으로 대중 지지의 기반을 형성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조직된 캠페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책은 낯선 것을 싫어했던 부시 대통령이 측근들의 조종에 의해 어떻게 자기 기만에 빠져들고, 왜 전쟁을 중단하지 못했는지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