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경제주체들의 심리상태가 경제현상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 예는 아주 많다. 미래에 대해 낙관할 때 가계는 좀더 지갑을 열고 소비를 늘린다. 경제주체들이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심리를 갖게 되면 물가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제주체들의 심리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보다. 특히 각종 통계자료가 오늘날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들은 통계수치라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통계는 잘못 작성되는 경우도 있고 잘못 해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심지어는 어떤 이들이 의도적으로 통계를 왜곡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 해석이 논란을 빚는 것은 ‘계절적 요인’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을 음력으로 쇤다. 그래서 양력으로 보면 지난해와 올해 명절이 든 달이 다른 때가 많다. 명절이 낀 달에는 산업생산이 줄고 소비가 는다. 이런 측면을 무시하고 통계수치를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증감률을 보면 상황을 잘못 파악하게 된다. 또 다른 계절 변수로는 ‘이사철’ 따위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3~4월과 8~9월에 주로 이사를 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집값도 다른 달보다 더 오르고 전셋값도 강세를 보이고는 한다.
지난 8ㆍ31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자 일부에서는 “집주인이 보유세 인상분을 임대료로 전가시키고 있다”며 8ㆍ31대책의 부작용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유세의 임대료 전가는 시장논리상 불가능한 일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많이 오른 것은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아진 가운데 이사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9월 셋째주 들어 전셋값 상승세는 확실히 둔화되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의 비교적 높은 전셋값 상승률도 전셋값 상승원인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증폭된 것 일지 모른다. 정말 ‘경제는 심리’다. 통계의 작성자ㆍ해석자ㆍ전달자의 책임은 그래서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