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콘텐츠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콘텐츠가 언제나 일치하는 것은 아니죠. 하지만 관객들은 나날이 영리해지고 있고 좋은 영화가 아니면 선택하지 않습니다. 마케팅 등의 요소로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문화기술(CT)포럼 2015' 참석차 한국을 찾은 린다 옵스트(사진)가 '흥행하는 콘텐츠의 법칙'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기에 앞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국내에서 1,0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과학영화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콘택트'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의 거물급 프로듀서다.
그렇다면 좋은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는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로 △신선한 소재 △잘 짜인 각본(script) △훌륭한 연출(감독)을 꼽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원작이나 소재를 새롭고 신선하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그 소재를 잘 풀어가는 좋은 각본을 짜는 것이겠죠. 저는 좋은 작가 섭외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고 각본에 원하는 스타일이 나오도록 직접 작은 부분까지 참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감독을 섭외해야죠."
감독과 프로듀서의 관계에 대해서는 "감독이 상사(boss)의 역할을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상사를 고용하는 업계는 영화업계가 유일할 것"이라고 유머를 섞어 말했다. 이어 "각본이 나온 후 감독을 정하는데 정하고 난 후에 프로듀서의 역할이란 감독의 웨이트리스 정도에 불과하다"며 "만약 의사결정 구조가 반대로 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인터스텔라' 제작을 빗대 설명해 보자면 이렇다. 그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미지의 것들을 영화에서 최초로 보여주자는 것이 영화 제작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면서 "블랙홀이 이렇다는 것을 현실에 가장 가깝게 보여주자, 우주와 시간이 연결된다는 아이디어를 영상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리와 과학적 사실을 융합하는 단계에 대해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우리의 창의성을 과학이 방해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고 킵 손 교수 역시 '너무 많은 것을 크리에이티브팀이 요청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했지만 몇 가지 단순한 원칙을 세움으로써 잘 중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원칙이란 '물리학적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한 극작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을 바탕으로 여러 교류를 하며 소재의 신선함을 스토리·캐릭터와 잘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최근 사용자 선호도를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물었다. 그는 "프로듀서의 직감을 제외한 채 콘텐츠 제작에 딱 떨어지는 공식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일을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역시 선호도가 높은 스타나 감독에 대한 데이터는 있지만 그저 여러 의견 중 하나 정도로만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