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환銀 몸값 뛰자 투자자들 '머뭇'

원화강세·주가상승으로 비용늘어 외국계 PEF등 협상에 소극적


외환은행의 '몸값'이 원화강세와 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협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와 잇단 회동을 갖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외환은행 몸값이 이달 들어서만 4,000억원 가까이 급등했다. 지난 2일 외환은행의 주가는 1만3,350원이었으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늘어나면서 25일 주가가 1만4,550원을 기록, 월초 대비 8.3%나 뛰어올랐다.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3,290만주)를 모두 매입한다고 가정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이달 초보다 4,000억원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KB금융ㆍ산은지주ㆍ하나금융지주 등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인수 가능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외환은행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어 투자자들이 인수 협상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몸값이 뛰어오르자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일부 외국계 PEF들은 내년 초까지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주가 강세에 달러약세까지 겹쳐 조달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달러약세는 외국계 투자가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HSBC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외환은행의 지분 51%를 6조원대에 매입하려고 했는데 이를 기준으로 올 1월 말 (1,379원) 원ㆍ달러 환율을 계산하면 50억달러 정도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6조9,000억원이다. 그러나 이날 원·달러 환율(1,153원)을 기준으로 하면 5조7,650억원에 불과해 1조1,350억원이나 차이가 난다.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인수자 입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주가도 지난해 HSBC와의 협상 결렬 때보다도 22%나 올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은행 매각에 정통한 미국의 한 PEF 관계자는 "원화강세와 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조달코스트가 늘어 투자자들이 (외환은행 투자에) 부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 투자가들은 외환은행 인수에 적합한 원·달러 환율을 최소 1,200원대, 주가는 최대 1만2,000원대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환율과 주가 흐름을 당분간 지켜본 후에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의향을 보였던 금융지주사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합병에 관심을 드러낸 곳을 포함해 원매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주가도 결국 덩달아 뛰어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인수를 희망하는 금융기관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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