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KB금융 사태로 본 금융산업

허약한 지배구조가 화 불러… 경영 모범규준 다시 만들어야<br>경영진 갈등 대이어 불거져 다른 금융사도 비슷한 양상<br>금융당국 수장 교체 맞춰 사외이사 등 새 그림 필요

어윤대(오른쪽) KB금융지주 회장이 2010년 7월 취임식에서 강정원 전 회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KB의 지배구조 문제는 회장이 바뀌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제DB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CSO) 해임건에 대한 결과를 보고 받았다. KB금융은 "ISS에 왜곡된 개인의사를 전달해 주주들의 혼란과 주주총회 진행에 차질을 야기한 의혹을 받는 박 부사장을 즉각 보직 해임했다"고 밝혔다. 때마침 금융감독 당국도 나섰다. 금융감독 당국 고위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인 없는 회사인 KB에서 2009년 강정원 전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의 자진사퇴 악몽이 다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금융계는 일부 경영진에 사외이사까지 맞물린 내부 갈등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또 다른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금융산업, 구체적으로는 금융지주사들의 허약한 지배구조가 다시 한 번 확인된 상징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허약한 지배구조의 참극=역설적이지만 KB금융은 우리나라 금융지주사 중에 지배구조가 가장 선진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사외이사의 견제력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이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회사에서 실질적인 오너 역할을 했다면 KB는 전통적으로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셌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이 '대리인'이라는 표현으로 얘기했듯 회장의 절대적인 힘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구조는 오히려 부작용이 컸다. 강정원 전 회장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들과 결탁해 사익을 추구할 경우 견제수단이 전혀 없는 탓이다. 당국도 1차 KB 사태를 겪은 후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었지만 구조적인 틀을 바꾸지는 못했다.

KB 이사회가 한 사안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얘기도 많다. 국내 기업들 대부분에서 사외이사들의 역할론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실제 이사회 운영과정은 다르다. 외부에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주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후 방향이 정해지면 만장일치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ING생명 인수 건은 달랐다. 내부 의견조율이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표결로 가 부결이 됐다.


내부 이견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라는 비판, 심지어 세력다툼이라는 극단적인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외국인 주주들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영진 간의 합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관련기사



◇낙후된 대한민국 금융의 현주소=금융감독 당국은 "왜곡된 정보를 내부인이 흘렸다" "(ISS가) 왜 관료를 반대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국이 또다시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강정원 전 회장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금융감독 당국의 집중적인 검사 끝에 스스로 물러났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만 당국의 대응방식은 우리나라 금융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주인 없는 금융회사 회장의 경영 행위와 그 힘의 범위, 대주주와 이사회와의 관계 같은 어찌 보면 고질적인 대한민국 금융의 문제점을 생각해봐야 하는 기회를 던져주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ISS 보고서만 하더라도 KB 지배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채 서로간의 이해다툼으로 사건이 전락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KB나 신한금융 사태, 이번의 ISS 파동을 보면 우리 금융지주사들의 현실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며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점검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