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마녀사냥식 재벌개혁 없어야

노무현 신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바로 선거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재벌개혁을 추진해왔다. 어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과 다른 5개 재벌 그룹들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노 대통령은 박수 받아야 한다. 한국은 97년 위기 이후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면서 기업지배구조를 상당히 개선시켜왔고, 사외 이사를 도입했는가 하면 기업들의 회계감사도 강화시켰다. 삼성과 같은 재벌들은 부채를 털어내고, 재무 규율을 강화하면서 투자자들에 보다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이번 조사 기업 가운데 하나인 SK그룹의 회장이 지난달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체포되는 등 사건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음을 말해준다. 많이 남아있는 불투명한 구조, 족벌체제에 의한 경영 등. 더 좋은 기업 지배구조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그것은 한국에서 지금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것이다. 비록 빠르게 부실을 털어낸 은행 시스템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지만, 많은 회사들은 여전히 재무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2001년 기업 가운데 28%가 수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 합리화 과정이 필요하고 이것은 재벌기업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기업 집단들은 사업을 특화해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의 저가 공세와 서구의 노하우 사이에 끼여 고통을 당할 것이다. 보다 넓게 볼 때 어제 공정위 발표 뒤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었다. 지난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6%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이것은 개인 소비와 요즘 우려를 낳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에 힘입은 바 크다. 정부는 올해에는 기업들이 연구와 기술혁신에 주력하면서 투자를 활발히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원을 독점하면서 경쟁을 방해하고 있는 재벌에 대한 통제는 이러한 것을 촉진시켜야 한다. 초기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 노 대통령이 피해야 할 두 가지 함정이 있다. 먼저 정부가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거대 기업들에 대한 마녀사냥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 정부는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자신들의 관점을 관철시키려고 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기업과 주주들의 문제다. 두 번째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자본 투자를 독려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산탄총이 아니라 적중률이 높은 라이플 총으로 해야 한다. 한국을 포함해 그렇게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를 무너뜨린 것은 결국 막대한 자본의 잘못된 할당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 3월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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