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농촌 이대론 안된다/박승 중앙대 교수(송현칼럼)

지금 우리나라 농촌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자식을 가르칠 수도 없는 곳, 그래서 희망이 없는 버려진 곳이다. 빈집이 수두룩하고 그나마 사람이 사는 집에는 노인들만 살고 있다. 어린이 울음소리는 끊긴 지 오래고 그래서 학교는 텅텅 비어 있다.이렇게 만든 것은 그동안 이 나라를 다스려온 사람들이라 하겠는데 이들은 오히려 체념하고 농촌문제를 거론하는 것조차 기피하려 한다. 농촌의 황폐화는 근대화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노력해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패배주의에 젖어 있다. 그래서 미봉책으로 그때그때를 넘기고 선거가 있을 때나 이런저런 성의표시를 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아기 울음소리 끊겨 그런데 우리 경제가 중진국을 넘어 선진경제를 지향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고보니 이제 농촌문제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게 됐다. 우리가 선진국을 지향함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이 농촌황폐화라는 사실을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공업발전이 없는 선진국은 많다. 캐나다도 그렇고 뉴질랜드나 호주도 그렇다. 도시발전이 없는 선진국도 많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농촌이 황폐화된 선진국은 없다. 어느 나라를 보아도 선진국에는 도농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 사는 것도 그렇고 자녀교육도 그러하다. 그런데 우리 농촌은 왜 이렇게 돼 있는가. 어느 나라나 공업화과정에서 농촌은 자본과 원료, 그리고 노동력과 시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본은 외자도입으로, 원료는 수입으로, 그리고 시장은 수출로 대신하였고 농촌에서는 노동력만 공급함으로써 공업화과정에서 원천적으로 소외됐던 것이다. ○교육차별 제거 시급 거기다가 농촌에서는 자녀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없고 의료혜택도 받기 어렵다. 이러한 도농차별화정책과 지역적 불균형개발정책 때문에 인구는 대도시로 집중되어 전체 인구중 45%가 수도권에 밀집된 오늘의 현실을 낳은 것이다. 더구나 세계화의 개방 물결은 도시와 공업에는 혜택을 줄지 몰라도 농촌에는 피해를 주고 있어 이러한 양극화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 교수는 농촌개발이 안된다면 중진국까지의 공업화도약은 가능하지만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촌이 공동화되면 그것이 결국 비농업의 부담으로 전가될 뿐 아니라 도시과밀로 인한 환경난, 교통난, 주택난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농촌문제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촌을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생활공간화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개혁과제는 교육차별을 제거하는 것이다. ○고부가 농업 박차를 선진국에서는 대도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출퇴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정반대의 현상이 지배적인데 그 이유는 주로 자녀교육 문제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입시는 몇 과목에 대한 필기고사 성적순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돈놓고 돈먹기식의 천민적 교육문화의 표본이다. 중·고등학교는 대입학원이 되어 파행화되어 있고 가정에서는 점수를 더 따기 위한 과외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의 목적은 자녀들의 성장잠재력을 개발하자는 것이지 이미 개발된 결과를 경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골학교의 1백명 중 1등이나 서울학교의 1백명 중 1등은 잠재력이 같은 것이며 수능성적의 차이는 다만 후천적 환경 때문에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대학입시는 내신성적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음으로, 농촌을 경쟁력있는 생산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호당 10㏊이상의 기계화된 가족기업농 체제로 구조전환해야 한다. 특히 현대농업은 햇빛, 온도, 물, 토지 등 네가지 자연조건에서 벗어나는 공장농업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즉 대규모 유리지붕공장에서 물과 온도가 자동조절되고 하루종일 햇빛 대신 나트륨광선을 공급하는 고부가가치 농업이다. 이러한 농업은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농촌에 대한 인식과 정책의 전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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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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