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떨어지는 국제유가로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 250억달러(27조 5,000억원)가 증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가뜩이나 중동 지역에 대한 높은 수주 의존도로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해외건설 업계가 혹독한 한 해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5일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0% 하락하면 우리 해외건설 수주액이 연간 68억8,000만달러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 기준으로 지난해 배럴당 약 100달러였던 두바이유는 올해 64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현대연 분석에 대입하면 올 해외건설 수주액은 248억달러 줄어든다.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660억달러)의 3분의1 이상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의 해외건설 수주가 중동에 집중된 탓이다. 수주액 중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7.5%에 달했다. 장우석 현대연 연구위원은 "최근 대중동 발주물량이 줄어들고 기존 발주가 철회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중동 건설수주액은 올 들어서 24일까지 137억달러에 불과해 전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우리 건설 업계는 1인당 국민소득 105달러이던 1965년 현대건설이 태국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따내며 해외시장에 첫발을 디딘 후 경제발전 속도만큼이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궜다. 올 1월 현재 누적 해외수주액이 6,839억달러에 이른다. 건설 업계는 1970년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국내 건설투자 붐으로 호황을 누렸고 이후 국내 업황이 부진하자 해외로 눈을 돌려 성장세를 이어갔다.
국내건설 투자는 1970년부터 1997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했다. 이후 2005년 109억달러에 불과한 해외건설 수주규모는 불과 5년 만인 2010년 716억달러로 7배 급성장했고 현재도 매년 600억달러 이상의 수주 기록을 세우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 급락하며 해외건설 수주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는 3월1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건설수주가 취소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건설 시장의 지역적 대변화를 꾀해야 할 뿐만 아니라 80%에 육박하는 발전소와 원유시설 등 플랜트의 수주 비중도 낮춰야 한다고 현대연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