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자체 외채, 달러에 울고 엔화에 웃고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최근 급등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지역개발을 위해 차입했던 외채상환과 이자 갚기에 비상이 걸렸다.반면 엔화를 대규모로 차입한 지자체들은 원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떨어지자 환차익을 즐기는 표정이다. 25일 행정자치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2000년 12월 말 현재 지자체의 외화 차입금은 9,230억원에 이르는 것을 나타났다. 그러나 서울과 부산ㆍ인천의 지하철공사 등 지방공기업에서 차입한 외채를 포함할 경우 약 3조3,86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 급등으로 연간 이자를 포함한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그나마 형편이 나은 지자체는 조기상환에 나서고 있으나 재원이 고갈된 지자체는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달러 빚'많은 지자체 환차손 엄청나=부산시는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달러화를 바라보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부산 지하철공사의 외채 3,578억원 가운데 달러화가 3,135억원이나 차지하는 까닭이다. 세계은행(IBRD) 등에서 빌려온 달러외채의 이자율은 평균 6.03%로 연 188억원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형편에서 최근 환율마저 치솟자 상환액과 이자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산시는 국내를 포함한 채무액도 2조4,486억원으로 경기도 다음으로 가장 많아 조기상환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울산시도 지난 84년부터 4차례 온산ㆍ용연하수처리장 관로 설치를 위해 아시아개발은행(ADB) 자금 940만달러(77억원)를 차입했으나 차입 당시 800원대이던 환율이 최근 1,300원에 육박, 연간 상환액이 원금만 6억원, 잔여 상환액은 47억원에 달하고 있다. 달러 당 800원 기준 잔여 상환액이 연간 3억8,000만원, 3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56%의 추가비용을 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ADB 잔여 차관금 전액을 연 내 조기 상환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추경예산을 편성, 조만간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 달러당 환율이 1,250원대로 떨어지면 곧바로 갚을 계획이다. ◇엔화 차입한 지자체는 여유=서울시의 경우 2000년 말 현재 시 본청과 지하철공사 등의 총 외채액은 8,457억원으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그러나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한결 여유로운 표정이다. 전체 외채 가운데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73%(6,187억원)에 달해 최근 엔화의 가치하락으로 오히려 환차익을 보고있기 대문이다. 따라서 달러화의 급등으로 생기는 환차손을 상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서울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천시도 지하철 건립을 위해 사무라이본드 430억원(60억엔)을 차입, 환차익을 톡톡히 보고있다. 하지만 엔화를 차입하고도 울상을 짓는 지자체도 있다. 대구시는 IMF 사태 이전인 96년 지하철 건설을 위해 사무라이본드 60억엔을 5년 거치 일시상환, 연리 2.8%조건에 차입, 올 6월 자금상환을 앞두고 있으나 총부채가 1조7,783억원에 달해 상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차관도입 당시 100엔당 718원이었던 환율이 1,060원대로 오르면서 전체 차입규모가 430억원에서 630억원으로 무려 200억원이나 불어나 정부에 5년 거치 일시상환 조건으로 620억원의 자금지원을 요청해 놓고 있다. 행자부의 한 관계자는 "IMF 사태를 거치면서 지자체들의 큰 규모 외채는 대부분 상환이 이뤄졌고 97년 이후에 새로 들여온 외채가 없어 이번 달러급등으로 인한 환차손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몇몇 지자체들의 경우 총부채가 너무 커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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